조합의 미래를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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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국,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오늘 3월 13일은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의 선거일로 제주도에서는 32개 조합의 조합장이 새로 선출되는 중요한 날이다. 5개 조합은 투표 없이 단독 출마한 후보자가 당선인으로 결정되고, 이외 27개 조합은 오늘 투표결과에 따라 당선인이 결정된다.

지난 2월 28일부터 어제까지 선거운동기간 동안 선거인들은 후보자들로부터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를 받거나 거리에서 후보자들의 지지호소를 직접 보고 들었을 것이다. 선거공보도 우편으로 받고, 지역에서 후보자에 대한 평판이나 소문도 들었을 것이다. 이전부터 지역에서 후보자와 친분관계나 안면이 있는 선거인도 많을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고 후보자들을 비교한 후 조합장으로서 적임자를 선택하게 된다.

선거인들에게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선거공보의 내용일까? 지역의 평판일까? 그러나 흔히들 말하길 제주의 선거는 괸당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즉 혈연, 지연, 학연 등이 후보자 선택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북송(北宋)시대에 반신수(潘愼修)라는 사람이 바둑을 두는 데 필요한 열 가지 요결을 지어 태종에게 헌상했다는 위기십결(圍棋十訣)에 나오는 내용으로 사소취대(捨小取大)라는 격언이 있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의미로 소탐대실(小貪大失)과 반대되는 말이다.

조합장이라는 자리는 조합을 대표하고 업무를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누가 조합장이 되느냐에 따라 조합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후보자를 선택할 때 후보자가 과연 조합을 잘 이끌어나갈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가 그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혈연, 지연, 학연 등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한다면 사소취대가 아니라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서 많은 선거를 치러오면서 종종 선거후유증을 목격하곤 한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자 간 또는 지지자 간에 갈등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 경향이 있다.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법정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음에도 깨끗한 퇴장을 선택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서 그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이제 나는 우리가 치유를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 미국에서는 한 표 한 표가 가치 있으며 모든 표가 계산돼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루한 법적 절차가 아니라 유권자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들이 승자에게 보여주는 깨끗한 승복을 거울삼을 필요가 있다. 또한 당선인도 상대 후보와 그 지지자들의 의견을 널리 받아들이고 모든 조합원이 하나로 화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조합발전을 위한 여러 의견이 모아지고 조합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화합할 때 선거는 갈등의 시작이 아니라 화합의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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