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破·離(수·파·리) 철학
守·破·離(수·파·리) 철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재건 수필가

베르린 올림픽의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옹은 학교 다닐 때 10이상 되는 등교길을 뛰어서 다녔다고 한다. 또 어느 일류가수는 발성연습을 하다가 목에서 피가 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고도 한다. 그리고 박세리 선수는 체력 기본훈련으로 높은 빌딩의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으며, 한 밤중에 묘지에서 담력 훈련을 했다고 한다. 어느 분야이든 일류가 되기 위해서 그야말로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 철학은 검도(劍道)나 다도(茶道)에서 그 숙달과정에 이르는 사고방식 내지는 철학을 의미하고 있다. 여기에서 는 기본, 는 응용, 는 자기류의 기술형성이라고 바꾸어서 해석할 수 있다. 초심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떻든 충실하게 기본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검도에 있어서는 바로 서서 자세를 취하고 손으로 검을 바로 잡는 방법을 공부하는데 3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을 몸에 익혀가면 언제인가는 응용기술이 가능하게 된다. 이 단계가 의 단계이다. 는 그것만으로 독립해서 이뤄지지는 않는다. 갑자기 의 기술을 사용한다 해도 를 거치지 않는 경우에는 단순히 의도적인 동작에 불과할 뿐이다. 라는 과정 중에서 그만큼 숙달은 중요한 것이다. 다음에 인 것이다. 예를 들면 무도에 숙달해서 를 계속 추구하다 보면 자기자신의 유형이 생기는데, 이러한 상황을 단계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기류의 독특한 세계를 이룬다는 뜻일 것이다. 검도 외에 앞에서 든 예에서 처럼 스포츠나 예능에서도 기본을 갖추는데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철학은 기술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중학교 시절, 일본에 계신 외삼촌에게서 하모니카 선물을 받았다. 그 당시 가르쳐 주는 선생이 없어서 하모니카 책 하나를 사서 독학을 하였다. 처음에는 어려웠으나 되풀이하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익숙하게 되었다. 기초를 끝내고 일년 정도 지나자 쉬운 노래는 악보를 보지 않고서도 부를 정도가 되었다. 처음에는 음을 잡기도 어려운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대로 불 수 있다니, 신기하고 기뻤다. 2년 사이에 하모니카를 세개나 바꿀 정도로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내가 정년이 되어서 시간 여유가 나자 4년여 동안 하모니카 학습을 다시 계속하였다. 하모니카 지도 선생님에게 새로운 기법도 배우고 기본적인 손동작이나 몸동작을 배우고 수정을 받기도 하였다. 고음과 저음을 조화롭게 내기 위해서 끈기있게 연습하였다. 하모니카를 두 개 혹은 세개를 가지고 연주할 만큼 수준이 나아져 갔다. 예를 들어서, ‘그 겨울의 찻집’, ‘얼굴’ ‘베사메 무쵸등을 마이너 키와 C키의 하모니카를 가지고 불 수 있었다. 음이 빠르거나 변화가 심한 곡을 불 때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Rhythm of the rain’ 한 곡을 이해하는 데 두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하였다. 아마추어 수준을 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혼란스럽지만 체계적인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그 혼란을 벗어나는 길을 발견하게 되었다. 반복의 학습은 암기력과 이해력을 증진시킨다. 그리고 하모니카 체험을 통해서 살아가는데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나의 성장과정에서도 어려운 난관에 부딪칠 때면 하모니카 배울 때의 곤경을 생각하면서 잘 이겨나간다.

사실 자기 기술수준이나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나의 지금 하모니카 능력도 현상유지와 개발의 어느 단계에서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세상의 모든 훌륭한 업적들은 지극한 정성과 노력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 같이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