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과 ‘군(軍)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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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정치부장

국방부가 지난 2월 1일부터 병사들도 평일에 일과 후 외출 제도를 전국 군부대에 허용했다. 외출 시간은 오후 5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4시간이다. 평일 외출 한 달 만에 경기도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군(軍)세권’이 형성돼 주민과 상인들이 ‘대박’을 예감하고 있다.

군부대 주변 마을마다 치킨집과 PC방 매출이 급상승했고, 상권이 뜨면서 부동산시장도 살아나 지하철 역세권에 빗대 ‘군세권’이란 신조어가 나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리만 날렸던 중국음식점에 병사들이 몰려 탕수육 재료가 동나는 일이 벌어졌다. PC방에 빈자리가 없자, 중학생들은 “또 군바리들이 다 차지했네”라며 투덜거린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병장의 한 달 봉급은 약 40만원. 2022년까지 67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강원도 모 마을은 매달 3만명의 병사가 치킨집과 PC방을 통째로 점령해 해당 지자체는 장병 할인 제도와 ‘바가지’ 없는 착한업소 확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당구장, 노래방, PC방 등에 대해 장병이 뽑은 모범·친절업소를 선정, 감사패를 수여하겠다는 지자체까지 나올 정도다.

장병들의 한산했던 읍·면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어느덧 고마운 손님이 됐다.

전국 군부대 주변 마을과 달리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들어선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조용한 분위기다.

제주기지전대와 제7기동전단, 제93잠수함전대를 포함해 약 3000명의 장병이 상주하고 있지만 강정마을 거리에는 해군 마스코트인 ‘세라복’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 마을에 치킨집도 있지만, 병사들은 부대 복지센터(김영관센터) 내 치킨·피자집을 이용한다고 했다. 이곳에는 스크린골프장을 비롯해 이동통신사, 한식당, 카페, 수영장, 헬스장, 도서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2016년 2월 제주해군기지가 준공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강정마을과 해군은 실질적인 교류가 없는 실정이다. 평일 외출을 나온 장병들은 강정마을 대신 서귀포 신시기지나 도심 상권으로 가야할 상황에 놓였다.

혹시나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마을 주민을 만나면 볼썽사나운 일이 생길까봐, 사복을 입고 외출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장병은 전투복 또는 근무복 착용이 원칙이라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강정마을과 해군 간 상생과 교류를 위해 지난 2월 15일 강정마을회와 국무조정실, 해군본부, 제주기지전대, 제주특별자치도가 참여하는 상생협의회가 출범했다.

장병들의 평일 외출과 맞물려 강정마을 상권에서의 소비 확대에 머리를 맞댄 것이다.

마을에 있는 치킨집과 식당, 편의점부터 시작해 소비가 확산되면 상권이 부활하고, 부동산경기도 활기를 띨 수 있다. 서귀포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장병들이 자연스럽게 강정 거리를 활보하게 되면 윈-윈(win-win)할 더 많은 기회가 다가올 수 있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을 해군이 우선 구매(군납)하고, 군의관들의 대민 진료와 해녀 잠수병 치료, 장병들의 학생들을 위한 학습지도 등 상생의 물꼬를 틀 협약이 줄줄이 대기해 있다.

부대 내에 있는 수영장과 축구장, 스크린골프장, 탁구장, 도서관 등 편의시설을 주민들이 내 집처럼 드나들 수도 있다.

해군기지를 둘러싸고 10년 이상 지속된 찬·반 갈등과 앙금을 털어낼 수는 없을까? 서로를 너그러이 포용해야 한다. 해군이 먼저 손을 내밀고 강정마을은 잡아주면 된다. 제주도가 멍석을 깔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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