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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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한 사람이 세상에 나서는 날, 사람들은 그를 경멸한다. 사실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가 기존질서 속에 편입되는 순간, 그동안 저들이 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들은 격렬하게 그를 거부한다.

그러나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그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옛날 마냥 정보가 차단되어 끼리끼리 공유하고 끼리끼리 작당하면 묻히는 세상이 아니다. 묻혀 있던 것은 드러날 때 한꺼번에 터지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매우 크다. 마치 둑의 물이 막혀 있다 터지는 날, 주위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듯….

그러나 그러한 파괴력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다달이 쌓여 일 년이 되고, 연년이 쌓여 어느덧 인생의 끝자락에 서서 저 세상을 기다릴 때쯤에 이르러 비로소 늙음을 알 수 있듯, 나날은 알 수 없어도 쌓인 후에는 너무나 커서 감당하기 쉽지 않다.

엎어지고 깨지면서 나날을 원망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이여!

슬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비록 오늘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하루하루 준비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끝까지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원망할 필요는 없다. 준비하기 위해 무의미하고 밋밋한 인생을 살지 않고 열심히 살게 되면, 건강과 명성은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착한 사람으로 살 필요는 없다. 착한 사람은 기존 질서에 순응하며 남들이 정해놓은 질서 속에서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산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그저 편하게 살고자 한다면 기성세대가 권하는 길을 착실하게 살아가면 된다. 그러나 인생은 한 번이다. 엎어지고 깨지더라도 굴곡진 인생을 살아보고 싶지는 않은가?

누구도 간 적이 없었던 길은 험하고 건너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넘어져 깨질수록 단단해진다.

동이 트기 바로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성공이 눈앞에 다다랐을 때 가장 암울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혹시라도 얻은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주고 떠나야 한다. 나의 학문 나의 재주를 붙들고 있다고 배 부르는 것도 아니며, 가지고 떠난다면 영원히 묻혀버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재주이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가르치거나 주지는 말아야 한다.

가지면 위세를 부릴 자는 뭇 사람을 망친다.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지만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이 되는 것이니, 아무나에게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세상은 혼자의 힘으로 변하지 않는다. 바르게 살아 뭇사람의 귀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은 얼간이라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옳다면 훗날 그의 자식과 그의 제자를 통하여 멀리멀리 퍼질 수도 있고 길이 보존될 수도 있다.

꽤 오래전 大覺(대각)이라는 법명을 받은 적이 있으나 별로 내키지 않는다. 뭘 깨닫기는 깨달아? 정해진 질서는 답답하고 싫다. 그래서 스스로 狂如(광여)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미친놈이란 질서 속에 있는 사람이 질서 밖에 있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내 속에서는 나를 볼 수 없다. 그래서 나를 보고자 한다면 나를 대상으로 하여 내 밖에서 나를 보아야 한다.

강의 영상을 찍어 나를 대상으로 하여 돌려보면, 그 말을 할 당시 스스로의 심리상태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내 밖에서 나를 봐야 날 볼 수 있듯, 세상 밖에 사는 미친놈이 세상을 바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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