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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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있던 1980년대에 국민을 상대로 한 대형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평화의 댐’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댐이 무너지면 서울의 63빌딩이 물에 잠길 정도로 위험하다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평화의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평화의 댐을 건설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성금 모금에 나섰다. 초등학생 코흘리개까지 코 묻은 돈을 성금에 보탰다.

결국 독재에 대항하는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는 술수로 판명 났다. 민주와 정의가 합쳐진 민주정의당 시절 얘기다.

▲이 민주정의당의 후예가 야당으로 있는 2019년에 민정당의 사실상 당수였던 전두환이 지난 11일 광주를 찾았다. 이곳은 1980년 5월 계엄군에 맞서 민주항쟁이 펼쳐졌던 곳이다.

민주주의의 성지라고 불리는 빛고을 광주에 전씨는 피고인으로 섰다. 그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 하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기속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7년 1월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건물 내에서 발견된 150여 개의 탄흔을 분석한 결과 헬기에서 사격한 흔적이라고 공식 감정한 바 있다.

광주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신진호)도 지난해 9월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씨의 헬기사격 부인은 명예훼손”이라며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씨가 헬기 사격을 고의로 부인한 것으로 드러나면 사자명예훼손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전씨가 광주를 찾은 이날 광주지방법원 인근에 있는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의 기개가 빛났다.

이 학교 학생들은 창밖을 내다보며 “전두환 물러나라”고 외쳤다.

전씨가 정권을 잡았던 1980년 중반 초등생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사탕 사먹을 용돈으로 평화의 댐 성금을 낸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전씨를 존경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군중 앞에서 “전 전두환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외칠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군중 앞에서 씩씩하게 “전두환 물러나라”고 외친 동산초 학생들처럼 말이다.

군중이 박수를 치든, 머리가 비었다고 놀리든 그것은 군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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