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젓가락 습관 우려…개인용은 식중독 위험에 불가
제주지역 초등학교 10곳 중 9곳이 학생들에게 성인용 수저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설유치원도 2곳 중 1곳꼴로 성인용 수저를 제공, 상당수의 아이들이 식사 때마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최근 일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성인용 수저 사용 실태 파악에 나섰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적합한 식기를 제공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자 인권위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초등학교 성인용 수저 사용 현황 조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도교육청은 어린이용 수저의 길이 기준은 15~16㎝, 성인용 수저의 길이 기준은 17~18㎝로 정했다.
조사 결과 초등학교 113개교 중 어린이용 숟가락을 제공하는 곳은 8곳, 어린이용 젓가락을 제공하는 곳은 9곳에 불과했다.
또 병설유치원 100개원 중 어린이용 숟가락을 제공하는 곳은 39곳, 어린이용 젓가락을 제공하는 곳은 40곳이었다.
일부 학교가 수저를 아동용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상당수 학교가 성인용 수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상당수의 아이들이 성인용 수저 사용을 힘들어 하고 있다. 대부분은 젓가락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숟가락만으로 밥을 먹거나, 젓가락을 사용하더라도 중간 부분을 잡고 ‘X자’ 형태의 잘못된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나마 숟가락도 어른 신체조건에 맞는 형태이다 보니 학생들이 식사 때마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내 모 병설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 학부모는 “유치원에 아이들의 수저를 부모들이 집에서 챙겨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식중독 위험이 있어서 안된다고 했다”면서 “아직 손이 힘이 없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초기 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제일 기본인 숟가락과 젓가락을 성인용으로 사용하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수저 개인 지참은 관리의 위험성이 있어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초등학교별 수저 샘플링을 통해 적합한 사이즈의 수저를 정한 후 학교 현장에 적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