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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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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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세월 흐름에 빠르게 소외당하는 문화가 제사이다. 이제는 귀찮고 성가신 분야로 잊히는 과정이다. 가정불화까지 조성해 고부간의 갈등은 물론 등 돌려 외면하는 남이 되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돌아가신 이들은 기억하며 남아있는 가족들의 화합을 도모하라는 깊은 뜻은 퇴색된 지 오래다.

풍수지리 강의가 있어 살필 겸 일정보다 먼저 도착하니 여러 명의 일행이 먼저 자리를 하고 있었다. 합류를 권했으나 적당한 구실로 한쪽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자정을 넘었을까 묘한 기분에 이끌려 산책길에 나섰다. 오염되지 않아서 그런지 보름달에 비친 시골 마을의 풍경은 정겨웠고 포근함까지 들게 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눈으로 보이는 장면은 당황스러웠다. 흰색 두루마기에 모자까지 갖춘 어르신이 바위에 앉아 내 쪽을 쳐다보다가 어서 오라는 표정을 지어 보냈다. 괜히 방해될까 망설이다가 다가서니 위엄 있는 외모에 존경심이 들었다. 야심한 시간에 주무시지 않고 나와 계시냐 물으니 아들에게 잠시 들렸단다. 올해 연세가 어찌 되냐 물으니 백세란다. 평소에 건강관리법은 무엇이냐 재차 물으니 한창 젊은 시절에 산에서 나무를 지고 내려오다가 산삼을 캤단다. 형편상 팔아야 했으나 누가 알까 두려워 씻지도 않고 먹었단다. 그래서인지 아픈 곳이 없고 아직 자리보전한 적도 없다며 무용담을 들려줬다. 한참 대화가 오가다가 들고 있는 곰방대가 띄어 아직도 궐련을 태우시냐 하니 그렇단다. 평생을 함께한단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숙소로 돌아와 숙제같이 의문점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아침이 돼서야 실체가 없는 귀신을 만났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달음으로 그 장소에 도착하니 조금 떨어진 곳에 안 보이던 집이 있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대문을 두드리니 곧이어 주인이 나오는데 생면부지 방문객에게 잔뜩 경계심을 가졌다. 결례인 줄 알지만 어제 이 댁에 무슨 일이 없었냐 물으니 무심히 하는 답이 대수롭지 않게 선친의 기일을 빼고는 특별함이 없었단다. 그래서 믿기 어렵겠지만 상황설명을 했다. 깜짝 놀라더니 아버님이 맞다며 반색을 했다. 성화에 끌려들어 가다시피 들어서니 생전에 쓰시던 유품이라며 꺼내왔는데 진짜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극진한 대우를 받고 나오는데 부러움까지 들었다. 울타리에 행복이 입혀져 있는 귀감이었다. 경건함을 가지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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