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 상황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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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장·前 수원대 법대학장/논설위원

내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봐온 한국의 정치 상황은 한마디로 이전투구의 싸움장이요, 혼잡스러운 시장이었다. 누구의 뱃속에도 변은 있으니까 어찌보면 당연하기도 하고, 정치 선진국도 주고받는 비판은 있어왔고, 지금도 그런 상황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방 후 유난히 정치싸움이 심했던 국가인 것 같다. 국민소득이 낮았을 때는 정치세계에서 벌거벗은 폭력과 상대방 제압의 원시적 기술이 난무했고, 경제와 언론 상황이 조금 나아지자 국민의 눈을 가리는 권모술수가 발달하고, 선거에서는 돈과 물품이 국민의 표를 사는 정치가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1987년 9차 개헌 후에는 언론이 다소 공명정대해지고 정치도 좀 제 길을 가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지나간 근 30년의 정치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 같다. 모든 국민을 경악스럽게 만든 3·15부정선거, 4·19의거, 5·16, 1970년대의 정치판 싹슬이, 1979년 대통령 저격, 1980년의 신군부 등장과 같은 폭풍이 지나고, 정치는 서서히 정돈되고 순리대로 되어가는 듯 했고, 20여 년 이상은 정치적 평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정치가 제 길을 걷게될 때, 정치인들은 그 사고와 체질이 변화하고 신문 등 언론기관은 상당히 수정적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으로써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정치인의 죽지 않으면 살기식의 자세는 50여 년 이상 계속됐고, 그 DNA는 국민소득 3만불이 넘어서도 승계되고 있다.

한편 언론은 비판적 생리에 젖어 비판을 위한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는 경제 상황이 변동되고 정치세력 등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를 하고 남북문제는 평화 공존 공동 변영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구태의연한 자세를 견지하다 보니 시정잡배들의 시비거리를 중심으로 말꼬리나 물고늘어지는 언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슈가 없고 나라와 국민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할 때 정치는 3류로 전락하고, 특히 지역 감정이나 선동하는 원시적 집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같이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가시만 문제삼는식의 비판은 정권이 바뀌면 보복하는 정치양태로 바뀐다.

새로운 정책과 비전 제시로 국민마음을 사는 것이 아니라 불만 세력의 표를 얻는 정치를 계속하고 그것은 결국 자기무덤을 파는 결과가 된다고 보면 논리의 비약일까.

대안 없는 파괴적 비판은 그들도 곧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정치인, 행정을 하는 수많은 관료들이 모두 정도를 걷는 것만은 아니다. 현 정부에도 비판 받을 수 있는 언행을 하는 인물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 두 대통령이 구속되어 형사재판을 하는 형국에서 국민의 눈높이는 엄청나게 높아졌다. 여든, 야든 또 청와대 참모들은 이렇게 국민의 정치적 안목을 높여놓고 그 수준에 맞추는 정치 행정을 하지 않으면 정치인 관료들은 날로 평가절하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표를 얻기위한 비판이 자기들을 비판대 위에 올려놓게 되는 일이 없도록 몸가짐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부탁하고 싶은 말은 정책·행정의 잘못은 비판하되 정치적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 비판은 삼가길 바란다. 그리고 언론들은 시정하기 위한 비판은 하되, 대안 없는 비판, 선동적 비판은 삼갈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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