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장발장이 나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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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부국장

날품팔이 노동자 장발장은 누이동생과 조카 일곱을 부양하고 살면서 배고픔 끝에 빵을 훔치다가 체포돼 3년형의 선고를 받게 된다. 장발장은 남은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 틈만 있으면 탈옥을 시도하다 실패하며 결국 19년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하게 된다.

전과자인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사회의 가혹한 냉대였다. 천대 받고 인간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지내던 중 한 주교를 만나게 되다.

그 주교는 전과자인 장발장을 친절하게 대해줬으나 장발장은 주교의 은그릇을 훔치면서 다시 감옥으로 가게 된다.

프랑스 소설 레미제라블의 줄거리 일부다.

제주에서도 극심한 경제난으로 극심한 경제난으로 사소한 물건을 훔쳤다가 범죄자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13일 70대의 한 노인이 제주시 노형동의 한 옷가게에서 종업원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1500원 상당의 양말 3켤레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일에는 폐품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80대 노인이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식당 주인이 잠시 가게 밖에 놓아 둔 30만원 상당의 접이식 의자를 버려진 물건으로 알고 주워갔다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제주경찰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노인들이 저지르는 이른바 황혼범죄가 2016년 2108건, 2017년 1988건 등 2년간 4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중 폭력범죄가 998건으로 가장 많고, 절도가 501건으로 뒤를 이었다. 절도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저지른 생계형 범죄였다.

제주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상당수 노인인구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1월 현재 제주시의 노인인구는 6만3000여 명으로 제주시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하고 있고, 이중 27%인 1만6795명이 독거노인이다. 또한 혼자 사는 노인 중 4600여 명이 기초생활수급 등 각종 사회적 지원을 받는 빈곤층이다.

제주시가 올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위한 5657명의 노인일자리 사업 희망자를 접수한 결과 5931명이 신청해 274명이 탈락됐다.

우리 주위 상당수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노구의 몸을 이끌고 근로현장에 나서고 있으며 늦은 밤 클린하우스를 찾아 폐지, 빈병, 캔 등을 수집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CNN이 우리나라 노인 범죄 증가 문제를 특집기사로 다뤘다. 기사의 첫 문장은 ‘한국에서는 10대보다 노인을 주의해야 한다’며 노인범죄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이어 “한국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상당수 노년층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인 60%가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빈곤한 노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당수 노인들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보니 배고픔과 추위로 범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노인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사회지원망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많은 노인들이 경제적 빈곤을 이기지 못해 “오히려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낫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제주시가 올해 1월부터 독거노인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각종 사회적 서비스 연계 등을 위해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역할과 효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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