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고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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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올 해 버킷리스트 중에는 고요해지기가 있다. 허둥대며 시간에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그런데 1월에는 1월이라고 분주했고, 2월은 명절이 있어서 분주했는데 3월이 되어도 여전하다. 분명 꼭 가야할 걸음이고 해야 하는 일을 하는데 무엇을 빼야만 하는지. 분주하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차고 있으니 마음의 여유가 깃들 수가 없다.

어느 순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이런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 비면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스케줄이 빈 곳이 있으면 미뤘던 일을 끼워 넣고 있다.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일 중에는 아마도 안 해도 아무 문제없는 일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런 진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순간이지만 고요해지기 훈련 속에서 얻어진 것이다.

사람마다 고요함에 이르게 하는 매개체가 있다. 누군가는 차 한 잔을 음미하면서, 혹은 좋은 예술작품을 바라보면서, 혹은 걸으면서 고요함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또는 아궁이 속에서 잘 타고 있는 장작불을 쳐다보며 고요함에 이를 수도 있다. 고요해지면 자신을 깊이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것들도 비로소 원래의 모습대로 볼 수가 있다. 무심히 지나쳤다면 보이지 않았을 작은 생명체도 알아보게 된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다물고 귀를 열어두라고 한다. 자기주장을 내려놓고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주라는 뜻일 것이다. 말을 하려다가도 이 대목이 생각나 멈칫할 때가 있지만 여전히 듣기보다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 씁쓸하다. 고요해지려면 정말 산속에나 가야 되는 것인가.

순간순간 마음의 평안을 지켜냄도 힘들고 화를 밀어냄도 힘들지만 여전히 난 훈련생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마치 무엇인가 움켜잡으려고 잔뜩 움츠려 있는 모습이다. 주먹을 꼭 쥐어 잔뜩 힘이 들어간 삶에서 놓여나 몸과 마음을 활짝 펼쳐 꼭 쥐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들어다 볼 여유가 필요하다. 난 그 여유를 찾기 위해 고요해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싸하고 콧등이 시린 찬 공기를 가슴깊이 들이키며 또 새 날을 맞이한 감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고요함에 이르는 훈련을 하는 시간이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평안함속에서 나를 깊이 바라볼 수 있고 또 주변을 돌아보며 마음을 조절하고 먼지를 털어낸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놓치고 있지나 않은지 만져보며 소중히 가꾸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염려와 근심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훈련이기도 하니 그 훈련을 난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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