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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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봄과 마주 한다. 온 누리에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고, 어린 새싹들이 대지를 뚫고 힘차게 솟아오른다. 마른 나뭇가지에서도 수액을 빨아올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봄으로 깨어난 온갖 생명들의 숨소리가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봄은 자연의 조화와 상생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절기 상 가장 먼저 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을 시작으로, 우수와 경칩, 춘분으로 이어지면서 봄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섰다.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도 제 위치를 찾아 절기로 몫을 다하는 모습에 믿음이 간다. 봄은 정녕 우리에게 꿈과 희망, 미래를 가져다주는 계절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요즘 봄이 오는 것을 시새움이라도 하듯, 미세먼지가 훼방을 놓고 있다. 온통 세상이 잿빛으로 뒤덮여, 숨쉬기가 거북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는 급기야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는 듯하다. 야외 활동은 줄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직장인들은 점심 약속을 취소하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가 하면,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뜸하다. 건설 쪽에도 현장공사를 뒤로 하고, 학교 체육 수업도 교실에서 진행한단다.

미세먼지는 예견된 일이었다. 미세먼지가 발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발생해 많은 논의와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만다. 정부의 안일한 정책이 화를 키운 셈이다.

다른 나라로부터 날아오는 먼지 때문에 대기 오염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 아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국외 요인에 의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외교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미세먼지를 줄여가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세먼지 30% 감축과 시진핑 주석에게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헛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환경 보물섬이란 청정 제주마저 미세먼지에 비상저감조치가 사상 처음으로 발령되었다. 어찌 보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일로만 치부해 버린 것은 아닐는지.

하루빨리 정부와 지자체는 대책을 세우고, 인접 국가들과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조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하늘을 쳐다보며 바람 불 때만 기다려서는 안된다.

지난달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북미회담이 아무 성과 없이 결렬되면서 남북의 평화무드는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정부와 국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너무 서두른 면이 없지 않다. 모든 일에는 절차와 속도 조절이 따라야 한다.

그런가 하면 국내적으로는 지금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게 과거의 행적들을 까발리고, 한·미간의 각종 연합 방어체제가 축소·폐지되고 있다.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실업률은 최고조에 달한다. 노사 갈등은 갈수록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시민단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로지 자신들만의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성숙한 나라는 문제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내부에서 찾는다. 우리가 이 어려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모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행동은 결국에 공멸하는 길임을 명심할 일이다.

봄은 왔지만, 우리 사회에 봄은 언제 올는지 미세먼지만큼이나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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