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기록에 따라 ‘천년의 섬’으로 명명된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면적 0.59㎢)가 수 만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전용문 박사에 따르면 방사성 동위원소 등 과학적 방법으로 생성 연대를 측정한 결과, 비양도는 2만7000~4만3000년 경 생성됐다.
일본 지질학자인 미야케는 1993년 동위원소 연대 측정으로 비양도가 4만3000년 전에 생성됐다고 학계에 보고한데 이어, 2013년 제주 출신 고기원 박사는 더욱 정밀한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 2만7000~4만3000년 경 형성됐다고 보고를 했다.
특히 비양도가 1000년 전 바다 속에서 화산이 폭발해 형성됐다면 화산체(비양도)는 성산일출봉처럼 응회암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비양도를 구성하는 암석은 송이로 구성돼 육상 화산활동의 산물로 밝혀졌다.
즉, 비양도는 수 만년 전 본도와 연결됐던 육지였지만 빙하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만5000년 전 해수면이 내려가면서 본도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비양도 화산활동을 최초로 다룬 고려사(1451년)와 고려사절요(1452년)에서 각각 고려 목종 5년(1002년)과 목종 10년(1007년) 제주도 서남쪽 바다 속에서 화산 분출이 있었고, 그 화산을 ‘상서로운 산’이라는 의미로 ‘서산(瑞山)’이라고 불렸던 것은 비양도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조선시대 고문헌 역시 대부분 고려사절요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고, 1002년 화산 분출 기록이 비양도라고 단정할 증거가 없어서 옛 기록은 과학적으로 부합하지 못하게 됐다.
전용문 박사는 “역사문헌에 따라 비양도가 바다에서 솟아난 수성화산체라면 그 흔적이 있어야 하지만, 육상 화산활동의 산물로 섬이 구성되면서 옛 문헌이 기록한 비양도와 서산은 동일한 섬이 아니”라며 “비양도가 수 만년 전에 생성됐다는 공식 자료는 오는 4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박사는 이어 “역사기록이나 해석에 오류가 있는 만큼 비양도에 대한 홍보물과 안내판 등에 대한 자료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