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부모와 화해
죽은 부모와 화해
  • 제주일보
  • 승인 20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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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신분과 나이를 떠나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종교를 떠나 영혼이 몸에서 떠나는 즉시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는 새로운 시작이다. 출세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애쓰는 동안 우리는 원래의 목적을 망각한 채 하루를 살아가기 급급하다. 선인들의 숭고함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왜?라는 궁금함을 가져야 한다. 어제를 돌아보고 지금을 반성하고 내일을 변화시키는 거듭남을 미루지 않는 실천으로 옮겨가자. 도덕의 윤리가 땅에 묻히고 천륜에 어긋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이들에 눈살 찌푸리는 일은 이제 다반사, 철저히 남이라는 높은 담을 쌓아 불신과 억지를 조장해 근간마저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손님이 찾아온 사연은 이번에 선산을 재정비하려 하는데 조상 중에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누구인지 기록도 지워지고 아버지도 자신이 어려서 작고하셔 이도 저도 못하는 중이라 도움을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 멀지 않아 허락을 하고 다음을 약속했다. 좋은 날에 도착해보니 나름 정성으로 꾸몄다며 자랑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몇 군데 보였다. 괜한 간섭에 걱정거리를 안길까 말은 아낀 채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땅의 기운이 다한 묘가 몇 개가 있어 화장을 해서 원래 자리에 뿌리거나 수목장을 해도 무방하겠다는 결론을 내려주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일은 그 후에 벌어졌다. 할 일을 마쳤기에 한가하게 앉아있는데 어디선가 혼자 하는 말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아보니 바로 뒤에 무덤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거의 욕이었다. 듣고 있기가 민망해 연유를 물으니 저기 나무 밑에서 웃고 있는 년이 큰딸인데 용서받지 못할 일을 해서 자신이 아직도 편히 떠나지 못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생김새부터 밉상이었다. 얼마나 잘못을 했는지는 자신만이 알겠지만 충분히 공감이 갔다. 누가 알면 상처가 될까 조용히 타일렀다. 속히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냐고 마음으로 화해를 하고 용서를 받으시라고. 지나친 이기심이 만든 불행이며 엇나간 우애는 후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지금 집안에 우환도 그런 까닭이라고 사실 그대로를 전해주었다.

그 후 의뢰인의 연락은 그동안 유산 문제에서 소외되었던 혼자 남은 형수까지 모여 그동안에 불편함을 털어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비밀은 시간으로 지울 수 없다. 살아 계실 적에 효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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