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황혼이혼
  • 제주일보
  • 승인 20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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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백년해로(百年偕老)는 백년을 함께 늙는다는 뜻이다. 부부가 돼 한평생을 사이좋게 지내고 즐겁게 함께 늙어가는 것을 말한다. 남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었으면 어떤 어려움에도 결코 헤어지지 말고 오래 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부부의 행복을 염원하는 표현 가운데 이보다 더 좋은 덕담이 없을 듯하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 하라’는 당부가 결혼식 주례사의 단골 메뉴가 된 이유일 게다. 출전(出典)은 중국 고전 시경(詩經)의 ‘격고(擊鼓)’다. 격고는 고향을 등지고 멀리 떨어진 전장에서 아내를 그리워하는 한 병사의 애달픈 심정을 읊은 시다.

‘죽거나 살거나 함께 고생하자던(死生契闊·사생계활)/ 당신과는 굳게 언약했지(與子成說·여자성설)/ 섬섬옥수 고운 손 힘주어 잡고(執子之手·집자지수)/ 단둘이 오순도순 늙어가자고(與子偕老·여자해로).’

▲황혼이혼은 한 부부가 자녀를 낳아 다 성장시킨 후에 갈라서는 이혼 유형이다. 대개 자식이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키우면 부부의 나이가 50~60대 정도가 된다. 보통 50대 이후를 인생의 황혼기라고 하기에 그때 이혼한다고 해서 황혼이혼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일본에서 유래된 신조어다. 일본이 경기불황에 접어들자 남편이 퇴직금을 탄 후에 부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급증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결혼한 지 20년이 넘은 부부가 헤어지는 것을 일컫는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의 연세가 60세라면 남은 인생이 40년이란 얘기다. 그래서일까. 황혼이혼이 증가 추세다. 이는 통계 수치로 확인된다. 제주지역의 경우 20년차 이상 부부의 이혼이 지난해 436건에 달했다고 한다.

전체 이혼(1607건)의 27.1%에 해당돼 4쌍 중 1쌍 이상이 황혼이혼을 한 게다. 그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7.5%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기대 수명 증가, 인구 구조 고령화, 사회인식 변화, 가정 불화, 퇴직금ㆍ연금 분할 대상 포함, 자녀 독립에 따른 부담감 완화 등 요인이 복합적이다.

이제 황혼이혼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어느새 백년해로가 진부한 성어(成語)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시대의 변화를 탓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를 어쩌라. 일단 남편들은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급선무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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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향 2019-03-26 22:33:01
고경업 논설위원님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