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회고록-여학생 머리를 당기는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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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길, 시인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되니 한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방학 내내 학생들이 기르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자르지 않아 교감선생이 직접 단속에 나선 것이다.

서귀포여고 교문에는 규율부원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의 복장을 지도했다.

김순오 교감은 일찍 등교해 교문에 서서는 규율부원과 함께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런데 어느 학생의 머리가 너무 길어 보이자 가장 아름다워야 할 여고생의 그 머리 꼴이 무엇이냐 하면서 머리를 힘껏 당겨버리는 바람에 그 학생은 땅에 쓰러져 나뒹굴었고 얼굴에 상처까지 입었다.

이 소문이 퍼지자 등교하던 학생 중에는 머리를 자르려고 미장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1970년대 초반인 그 시절에 질서의식은 뚜렷했고 교칙을 위반한 학생은 퇴교 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의 학교 현실은 어떤가.

처벌을 받은 어느 학생이 사과는커녕 오히려 더 때려 주십시오 하는 진풍경도 일어났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반성하는 소리였지만 더 때려 맞고 상처가 나면 선생에게 피해 보상을 받으려는 계략이다.

실로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다. 학생들이 벌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만들어 놓은 인권 중심으로만 치우치다 보니 우리의 고유한 인성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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