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70년 恨 이제야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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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 억울한 옥살이 박순석 할머니…4·3희생자 인정 받아

박순석 할머니
박순석 할머니

“올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해주고 이번에는 피해자 인정까지 받았다. 이제 70년간 가슴에 품었던 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전주형무소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박순석 할머니(92)가 4·3희생자로 인정받았다.

특히 박 할머니는 지난 1월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진 4.3 수형희생자 불법군사재판 재심청구 소송에도 참여한 생존수형인 중 1명으로 무죄 선고에 이어 희생자로도 최종 인정받게 되면서 70년 넘게 가슴에 묻었던 한을 풀게 됐다.

27일 4·3희생자로 선정됐음을 전달받은 박 할머니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기쁘고 행복하다”며 “그동안 4·3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948년 우체국 국제 전화 교환원으로 근무하며 일본에서 걸려온 전화를 번역해 기록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박 할머니는 친북한계 재일본인 단체인 조총련에서 걸려온 전화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조선으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리게 됐다.

이에 박 할머니는 산으로 피신해 생활했지만 결국 군인들에게 잡혀 모진 고문을 받고 전주형무소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박 할머니는 “군인들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폭도라는 누명을 씌웠고 결국 옥살이까지 하게 됐다”며 “나중에 풀려난 후에도 마을에 무슨 일만 생기면 나를 불러다 취조하곤 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혹시나 자식들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돼 내가 4·3피해자라는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전혀 말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 70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최근 4·3생존수형인 재심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한 박 할머니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4·3생존수형인 명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지난해 희생자 추가 신고를 접수한 결과 희생자로 인정받게 됐다.

박 할머니는 “제주4·3을 평생 내 가슴속에 숨겨왔지만 이제는 남에게 눈치를 볼 일도 없고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며 “내가 이를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 더없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는 지난 26일 개최한 제주4·3중앙위원회를 통해 5081명을 희생자 및 유족으로 추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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