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다. 물결처럼 너울거리는 오름들의 능선으로 빚어진 제주에서 오름은 곧 제주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제주에 있다는 것은 곧 오름의 바람을 맞고, 오름의 울림을 느끼고 오름의 소리를 듣고, 오름의 향기를 맡는다는 의미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는 이런 오름을 다룰 때 반드시 거치게 되는 관문이자 궁극으로 자리한 책이다. 1995년에 발간된 이 책이 햇수로 2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세상에 꺼내놓은 이유는 이 책 자체가 오름의 발견이고 우리가 아는 오름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널리 알려져 흔히 찾아가는 곳이 오름이지만 이책이 쓰여진 199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오름은 뭍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제주에서조차 본디의 모습이 잊혀져가던 존재였다.
저자 김종철은 지도에도 올라 있지 않고 진입로도 없는 330여 개의 오름을 다니며 집필한 최초의 오름 답사기 ‘오름나그네’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오름의 모습을 완성했다. 지금도 무수한 사람들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오름을 찾고, 배우고, 새로이 발견하고 있다.
연재를 끝마친 저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늑골암 말기로 회복 불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연명 치료를 거부한 채 원고 정리에 몰두하여 자신의 생명을 옮겨 담듯 제주 전 지역의 오름을 아우른 오름나그네(전3권)를 펴냈고, 책이 나온 지 2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제 오름나그네는 생전에 그토록 사랑하던 한라산 선작지왓에 묻혀 오름 왕국을 내려다보고 있다.
㈜도서출판다빈치 刊, 11만원(전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