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그들만의 리그’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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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 부국장

국회가 요즘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놓고 국민이 아닌 국회의원을 위한 논리를 펼치고, 당리당략에 좌우돼 이전투구하는 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원래 ‘그들만의 리그’는 1992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A League of Their Own’이라는 제목이다.

이 영화는 실제로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존재하던 전미 여자 프로야구리그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남자 선수들이 많이 사라져 프로야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군대에 입대해 전쟁에 나가는 것이 남성적인 가치라고 추앙받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구단주들은 여자들을 모아서 야구를 부흥시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자들로 이루어진 야구팀을 결성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남자 야구팀을 대신하는 것에 불과했다. 결국 전쟁이 끝나고 남자들이 군대에서 제대한 후 야구계로 돌아오자 점점 인기가 시들해지고 사라지는 비운의 운명을 맞았다. 이처럼 ‘그들만의 리그’는 대중과 세상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갑론을박하면서 공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쓰이는 말이다.

국회가 선거제 개혁을 놓고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정당별 셈법이 달라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 4·15 총선거가 1년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깜깜이’ 형국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구 획정이 아직까지도 안갯속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지도부는 지난 17일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등 300석의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 배분)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 사이에 시각차가 표출, 진통을 겪고 있다. 더구나 지역구 축소에 반발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아 현실화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희대의 권력 거래이면서 야합”이라며 저지에 나서고 있다.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해 오던 한국당은 의원 정수 10% 감축을 전제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 논의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현재 20대 국회 의석수는 지역구(소선거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그동안 역대 국회에서도 선거제가 바뀌어 왔는데 제9대에서는 중선거구제(선거구별 2인)가 도입됐다. 제11대에는 지역구 의석의 2분의 1(92석)을 전국구 비례대표로 배정했고, 제13대에서는 소선거구제로 전환된 가운데 지역구 224석, 전국구 75석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현행 선거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일 13개월 전까지 선거구획정안과 그 이유 등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이를 토대로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가 사전에 21대 총선 선거제도 개편을 확정짓지 못하면서 선관위에 획정안 의견을 미제출, 스스로 법을 위반하는 형국에 처했다.

이에 앞서 제18대 총선은 선거일 전 47일, 제19대 총선은 선거일 전 44일, 제20대 총선은 선거일 전 42일에서야 선거구를 확정했다. 이처럼 되풀이되는 악순환은 국민을 대변하겠다던 초심을 뒤로하고, 여의도 입성 후에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민과 함께하는 리그’에서 공감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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