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옥죄는 풍년의 역설, 근본처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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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제주의 영농현장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형국이다. 농촌 들녘마다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애지중지 가꾼 농작물 값이 폭락해서다.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풍년 탓이다. 올해는 월동무와 양배추가 그 신세다. 작황은 풍년인데 농심은 그 반대로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산 월동무 생산량은 33만여t으로 전년보다 2만여t이 증가했다. 양배추 생산량도 11만5000t으로 전년 9만4000t보다 2만1000t이 늘었다. 이렇다 보니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육지부 도매시장에서 월동무 가격은 20㎏당 4000원 안팎이다. 손익분기점 4500원에도 못 미쳐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 양배추는 지난해 10㎏당 평균 5000원에 팔렸지만 올해는 2500원 안팎으로 폭락했다. 생산원가(32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 가격 지지를 위해 농가 자율로 산지 폐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월동무는 4만4000t, 양배추는 2만2000t을 폐기해 시장에서 격리했으나 가격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심각한 건 이 같은 위태로운 사정이 두 품목에 한정돼 있지 않다는 거다. 대파와 취나물, 브로콜리, 조생양파 등 줄줄이 가격 급락세여서 농가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모두 과잉 생산 탓이다. 그걸 알면서도 대책은 매번 땜질 처방이다. 가격 폭락이 현실화되면 으레 나오는 시장 격리와 산지 폐기 카드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제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찾아야 할 때다. 지속 가능한 영농과 농가소득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그래야만 한다.

마땅히 작황이 좋으면 소득이 올라야 할 텐데 그 반대일 경우가 허다한 게 실상이다. 정확한 재배 의향 조사와 함께 계약재배, 적정생산을 유도하는 게 일차적 과제다. 만에 하나 과잉생산되더라도 한때 저장을 통해 수급조절이 가능한 유통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작부체계를 분산시킬 수 있는 특화작물 보조, 휴경휴식제 등 행·재정적 지원책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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