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속에서 살았지만"…국가 인정 않은 희생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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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연구소 '증언본풀이 마당 열여덟 번째'
희생자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사연 담아
4·3 얼마나 진전됐는지 돌아보는 계기 마련
김낭규씨가 지난 29일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증언본풀이 마당 열여덟 번째’에서 4·3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연을 토로했다.
김낭규씨가 지난 29일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증언본풀이 마당 열여덟 번째’에서 4·3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연을 토로했다.

둘째 오빠가 4·3때 행방불명 됐는데, 그 이유로 저와 언니가 잡혀가 물고문에 전기고문까지 당했습니다. 제 나이 13살 때였죠. 하지만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는 저의 후유증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주4·3연구소가 마련한 증언본풀이 마당 열여덟 번째에서 정순희씨(84)4·3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사연을 토로했다.

이날 주제는 그늘 속의 4·3 그후 10년 나는 4·3희생자 입니다이다. 10년 전 희생자, 후유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이 증언본풀이 마당에 참석해 본인들의 사례를 설명했다. 4·3연구소는 그 후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초청해 여전히 드리우진 4·3의 짙은 그림자를 알렸다.

서귀포시 강정동 출신인 정씨는 4·3때 물고문, 전기고문 등의 모진고문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총살 당했다.

그는 고문 받은 흔적이 별로 없다고 후유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지난해 서귀포의료원에 가서 진단서를 다시 끊으려고 했지만 의사는 손과 다리가 절단되거나 한 상처가 없기 때문에 진단서를 끊어줄 수 없다고 해 그냥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증언 본풀이마당에 참석한 김낭규씨(79)는 아버지가 산에 올라갔다는 이유로 폭도 대장으로 몰리면서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모두 총살당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황망하게 가버린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생각하면 아직도 잠을 못자고 있다몇해전 4·3평화공원 위패봉안소에 아버지의 위패가 철거된 것으로 보고, 3일을 밤낮으로 울었다며 흐느꼈다.

강양자씨(77)의 사연도 기구했다. 4·3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조부모와 외삼촌이 희생당했고, 4·3당시 외할아버지를 찾으러 나갔다가 허리를 다쳐 제대로 된 치료를 못받고 평생 장애가 남았다.

강씨는 허리가 휘어진 채 성장기를 보냈다후유장애인 신청을 했는데, 불인정이란 판정을 받고 국가가 날 의심하는구나 생각이 들며 또 다시 버려진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증언마당을 통해 4·3이 얼마나 진전됐는지 돌아보고, 어떻게 마주하고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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