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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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오리과 기러기아과에 속하는 대형 조류인 고니. 온 몸의 털이 순백색이어서 백조(Swan)라고도 불린다. 사람들은 늘 하얀 고니만 봤기 때문에 백조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다. 하얀색 이외의 색깔을 지닌 백조는 없을 것으로 믿은 것이다.

그러나 1697년 호주의 한 강에서 검은색 백조가 발견됐다. Black Swan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백조(Swan)라는 말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Black Swan을 흑조라고 하지 않고 검은 백조라고 말한다. 서로 모순되는 표현이지만 말이다.

경제학 분야에서 Black Swan은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발생해 생기는 충격이나 위험 등을 말한다.

아마 199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로 ‘대마불사(大馬不死)’였던 일부 재벌의 몰락을 Black Swan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눈은 일반적으로 하얀색이다.

그래서 1970년대에 가수 이숙과 김추자는 살바토레 아다모의 샹송 번안곡인 ‘눈이 내리네’를 통해 ‘…하얀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그 모습/ 애처로이 불러도 하얀 눈만 내리네…’라고 노래했다. 노란 눈도 아니고 파란 눈도 아니고 하얀 눈이다.

그런데 반갑지 않은 색깔의 눈도 있는 모양이다. 러시아 중부도시인 페르부랄스크 곳곳에서 지난겨울에 녹색 눈이 내려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는 것이다. 이 도시 인근에는 발암물질인 크롬을 다루는 공장이 밀집해 있어 이 공장에서 배출된 유독 성분이 눈을 오염시켜 녹색 눈이 발생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녹색 눈이 신기한 때문인지 어린 아이들이 눈을 만지려하자 부모들이 이를 말리느라 안절부절못했다는 게다.

▲제주는 아직까지 색깔 있는 눈이 내릴 만큼 오염된 곳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겨울 고지대에만 하얀 눈이 내린 것이 아쉽다. 유난히 포근한 날씨에 월동채소가 과잉생산된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격이 폭락해 농가가 한숨을 쉬고 있는 게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에 빠졌다.

월동무 5000㎏을 팔면 적자가 28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양배추·대파·취나물·브로콜리·조생양파의 값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월동무와 양배추의 경우 일정량을 산지폐기했지만 가격 폭락이 이어져 농가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눈꽃 같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늘, 밭에 눈을 선사하지 않은 지난겨울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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