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워라 4·3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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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논설위원

해마다 4월이 오면 만물이 소생한 듯 푸릇푸릇 신록의 새싹이 돋고 들판엔 꽃들이 피어난다. 부활의 계절이다. 그러나 제주4·3사건을 아직도 부인·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들이 없지 않다. 제20대 국회에 제주4·3사건특별법 개정안이 5건이나 상정되어 있는데 2개 법안이 바로 이 제주4·3사건의 부인·비방·왜곡·날조 또는 허위사실 유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심의하여 4·3 희생자를 위한 보·배상법(안)을 확정해야 한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제주도민과 유족들의 오랜 숙원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4·3법 개정에 적극 나서주어야 한다.

낡은 역사전쟁이나 이념논쟁을 접어버리고, 지금부터라도 4·3의 완전한 해결 방향은 피해 배상 등 이행기 정의를 확실하게 구현하는 길임을 인식, 공감해야 한다. 그런 정의로운 방향이야 말로 국민통합과 미래 발전을 위한 올바른 행보이다. 학살피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를 기억하는 일 못지않게 4·3정신을 기리는 일도 필요하다.

4·3정신은 자주정신이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개척한다는 기백을 잘 보여 준다. 섬사람들은 일본제국주의가 물러난 뒤 제주섬에 찾아 온 행정 공백을 메우면서 교육 자치와 치안을 담당했던 자생조직을 스스로 조직하고 운영했다. 이 풀뿌리조직은 사람들의 신망과 지지를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잘 가동되었다. 자생적 주민자치 기구로써 인민위원회는 미군정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온건한 입장을 지켜나가려고 했다.

4·3정신은 저항정신이다. 한겨레 민족이 당하고 있는 외세의 부당한 억압과 통제에 목숨까지 바치며 과감히 맞서는 정신이다. 특히 1947년 3월 1일 미군정 산하 경찰이 시위행렬을 구경하던 구경꾼에게 무차별 총질을 하여 14명이 죽거나 다치는 관덕정학살이 일어났을 때 제주사람들은 너무나 놀라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미군정 당국과 경찰에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전례가 없는 민관총파업은 그런 불의와 부당한 처사에 대한 항의 연대행동이었다.

4·3정신은 통일정신이다.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과 정신을 모아냈다. 민족분단은 결코 우리가 원한 게 아니었다. 강대국에 의한 일방적 민족분단을 거부하고,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하게 되는 남한단독선거 반대를 외친 흐름은 전국적 현상이었다.

4·3정신은 인권정신이다. 군대와 경찰 등이 옥석을 가리지 않은 처참한 대학살, 2500여 명이나 잡아가는 대량검거선풍, 고문, 불법체포 등 중대한 인권침해의 진상을 밝혀내고 책임을 묻고자 했다.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 재판받을 권리, 표현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고 요구하고자 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 헌법의 가치와 정신을 지키려고 했다.

4·3정신은 평화정신이다. 비록 자의적 폭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지만 평화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긴장과 대립상황을 수습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었다. 그러나 이런 평화적 노력을 무산시킨 쪽은 경찰이었고, 우익단체들이었다. 평화를 진정 바랐던 쪽은 산사람들이었다.

4·3정신은 공존정신이다. 이제는 입장과 처지가 다르더라도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같은 지역 마을공동체의 재건을 모색, 추구해야 하는 세상이다. 고난의 시대를 마감하고 치유와 행복의 지역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이런 정신과 의지를 한데 모을 때에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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