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각자도생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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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대한민국에서 민심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비리 유형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특히 장년층 이상 고연령층은 아주 민감하다. 대통령의 신임이 돈독한 청와대 대변인과 문재인정부 2기 내각 후보자들이 낙마한 이유도 부동산이다.

김의겸 전 대변인은 ‘고가 상가 매입’ 논란으로 민심이 싸늘하여지자 사퇴했다. 재개발지역에 있는 25억 원짜리를 산 이유는 노후 대책이다. “한 번도 내 집을 갖지 못했으며, 이 나이(63년생)에 또 전세를 살고 싶진 않아서 상가 건물을 샀다”고 했다. 남이 들으면 ‘집도 절도 없는’ 사회적 약자로 인식할 수 있지만, 그의 삶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의 상위 그룹에 속한다. 그런 그도 부동산에 올인했다.

최정호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3채로 막대한 차익을 얻고 있다. 전직은 국토부 기획관리실장과 국토부 제2차관이다. 부동산 정책을 다루면서 ‘집테크’를 연마했나 의심할 정도다. 이러고도 장관에 내정했다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조동호 과기부장관 후보자도 부동산에 일가견이 있다.

▲최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의 지난해 재산변동사항을 보면, 10명 중 3명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다. 심지어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하는 부동산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경우도 40%가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원도 10명 중 4명이 다주택자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의원 27명 중 12명(44%)이 다주택자로, 1명당 평균 공시가격 기준 22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보유 후보자들을 질책했다. 딱 이단공단(以短攻短·자기의 결점을 돌아보지 않고 남의 잘못을 비난함)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은 시급하다. 이 법은 고위공직자가 자녀를 특채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친척에게 공사를 발주하는 것처럼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원래 ‘부정청탁 금지’와 함께 김영란법 초안의 핵심이었으나 나중에 쏙 빠졌다.

▲1997년 IMF의 상황을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중소기업 사장 갑수(허준호 분)는 정부 발표만 믿다가 패가망신했다. 입만 열면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정부 고위직들은 승승장구했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은 각자도생(各自圖生)에 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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