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도서관주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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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前 백록초등학교장·동화작가

며칠 전, 도지사 관사를 개조하여 만든 꿈바당어린이도서관에 갔다가 주차장을 가득 채운 자동차와 도서관 안팎에서 책을 읽거나 가족과 함께 놀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작은도서관으로 결정한 분들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곳은 어린이들의 천국이었다.

유년시절에 나는 늘 책에 굶주렸다.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잠긴 채 놓여있던 책장을 열어 책을 빌려주셔서 나는 지금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고1 때, 중·고생 전부가 반하라는 약초를 한 되씩 캐어 판매금으로 밴드부와 도서관을 만들어 그 후로는 책에 굶주리지 않게 되었다.

인구수에 비해 제주의 도서관이나 보유도서는 타지방에 비해 매우 양호하다. 그 많은 도서관을 보면서 만일 과거에 도서관이 이처럼 많았다면 제주 학생들의 운명이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읽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진학하고, 문학수업을 한 이들이 도서관이 있었다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 최초의 도서관인 제주도서관이 1957년에, 서귀포도서관이 1964년에, 우당도서관이 1984년에 개관했으니 격세지감이 있다. 모든 학교에 학교도서관이 들어선 것도 10여 년 전의 일이다.

제주에는 도서관이 많다. 대표도서관인 한라도서관을 비롯해서 동지역에는 대형도서관이 3, 4개씩 있고, 각 읍면마다 시청 소속이나 교육청 소속인 도서관이 있다. 기적의 도서관, 작은 도서관, 새마을작은도서관뿐만 아니라 각 학교마다 좋은 도서관들이 있어 뜻만 있으면 어떤 책이든지 읽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도서관은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의 공부방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다양한 도서를 비치하고 신간을 구입 대여해주는 소중한 곳이다. 과거 도서관이 오로지 책만을 읽는 공간이라면 현재는 다양한 문화행사로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문화의 전당으로 바뀌었다.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4월에는 23일 세계 책의 날이 있고, 4월 12일부터 18일까지 제55회 도서관주간이 다가와 도서관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한라도서관은 13일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독서단체 등과 책잔치를 연다. 북적북적 장터와 도서교환전 등 매해 2000여 명이 참가하는 잔치다. 탐라도서관은 4월 6·7일 한라체육관에서 제주 북 페어를, 우당도서관은 책읽는 제주시를 만들기 위해 One City One Book 행사를 열어 독서 릴레이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제주도서관은 ‘도서관에서 미래를 본다’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갖는 등 모든 공공도서관에서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그런데 공공도서관의 효율적인 관리 운영은 미흡하다. 우도와 추자도를 제외하고 공공도서관 인프라는 잘 되어 있지만 운영이나 시설, 인력배치, 특화장서 등 도서관별 특성이 없이 제각각으로 운영되는 면이 많다. 효율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직 및 인력구성에 투자를 해야 하며, 공공도서관의 공동보존서고가 있어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폐기되는 도서를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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