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 “진실에 따라 치유되기를 기원”
제주4·3사건 발생 71년 만에 양민 학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방부와 경찰청이 3일 첫 유감 표명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국방부는 3일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기자실에서 “제주4·3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은 4·3 사건을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 ‘제주4·3사건 특별법’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방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이날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 내 4·3사건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서 차관은 방명록에 “아픈 역사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분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분들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제는 과거의 아픔을 온전히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를 기원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에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제주4·3범국민위원회(이사장 정연순) 주최로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린 제주4·3 제71주년 추념식에 참석, 헌화했다.
민 청장은 방명록을 통해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정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이어 “하루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기를 기원한다”며 “이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경찰도 이에 동참해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인권·민생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 청장은 또 취재진의 질문에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께는 분명히 사죄를 드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후 양민 학살에 대한 경찰 참여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밝혀진 사실에 따라서 경찰도 사실을 인정할 것은 인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방명록에 “진혼에서 평화로 제주 4·3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겠다”고 남겼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추념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신현기 제주도민회장, 부청하 재경제주4·3유족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4·3 당시 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희생자와 유족, 도민들께 공식적인 애도를 표명한 국방부와 경찰청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4·3이 대한민국의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이어 “국방부와 경찰청의 역사적 결단이 4·3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김재범 기자 kimjb@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