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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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올해도 어김없이 엄동설한(嚴冬雪寒)을 이겨내고 동백꽃은 피었다. 봄이 오기 전에 피었다가 봄과 함께 스러져 간다.

동백꽃 내음이 제주에 흩날리면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집 동백은 꽃이 화려하지도 않고 꽃빛깔이 짙은 것도 아니며 꽃봉오리가 크고 탐스럽지도 않다. 그래도 어머니는 해마다 봄이 오기 전에 미리 피는 이 연분홍 동백꽃을 애지중지 사랑하신다.(중략) 우리 집 동백은 그렇게 화려하게 피는 꽃이 아니다. 그러나 화려하든 화려하지 않든 동백나무를 향한 어머니 마음은 한결같다. 한결같이 소중하게 여기신다. 일여지심(一如之心)이다.

어머니 마음은 꽃나무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자식 사랑도 그렇다. 자식이 어떤 경우를 당해도 늘 자식 편이다. 훌륭하건 훌륭하지 않건 잘 되었건 잘 되지 못하였건 그런 걸 떠나 한결같다.’ 도종환 시인의 ‘어머니의 동백꽃’ 중 일부다.

▲동백꽃이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우리나라 대표적 화장품 기업의 창업주는 손수 만든 동백기름을 시장에 내다팔며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 영향을 받아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어머니와 동백꽃은 인생의 전부였을 것이다.

허나 나의 어머니는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아본 일도 없다.

그럼에도 집 마당이나 길거리, 감귤 과수원 돌담 옆에서 동백꽃이 붉게 물 들어가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화사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동백꽃에서 정겨운 어머니의 향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내음은 포근하면서도 은은하다.

▲어제는 4·3 71주년이다. 제주도민들의 가슴마다에는 한 송이 동백꽃이 피어났다.

제주 4·3의 상징 꽃인 동백꽃은 ‘붉은 꽃이 통째로 떨어지듯 제주 4·3 영혼들이 피를 흘리며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 갔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동백꽃은 지난(至難)한 세월을 살아온 제주 어머니들의 한(恨)도 품고 있지 않을까.

‘살암시민 살아진다’고, 온갖 멍에를 짊어지고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동백꽃과 어우러진다.

원통하게 목숨을 잃은 4·3 영혼들과 인고(忍苦)의 세월을 살아야 했던 제주의 어머니들에게 동백꽃 한 송이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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