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백두옹)-이질 치료에 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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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한의학 박사

흔히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 개나리, 벚꽃을 꼽지만, 이들 못지않게 할미꽃 또한 대표적인 봄의 전령이다.

겨울의 여운이 남아 있는 황토빛 들녘, 할미꽃은 누구보다 먼저 화려한 자주색 꽃으로 자신의 존재를 발산한다.

유년시절, 할미꽃은 유난히 무덤가에서 자주 눈에 띄었다. 들판의 양지바른 쪽에 잘 자라서 그렇다.

그 이름은 꽃잎이 지고 난 모습이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닮아서 붙여졌다. 한자어 꽃이름 백두옹(白頭翁)도 백발의 노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약재로 쓰이는 그 뿌리는 ‘할머니’의 느낌과 달리 강력한 약성을 갖고 있다.

할미꽃(Pulsatilla koreana Nakai)의 뿌리인 한약재 백두옹은 청열해독(淸熱解毒)과 양혈지리(凉血止痢)의 효능을 지녀서

열독을 풀고 이질을 치료하며 외음부 소양증, 질염 등에도 활용된다.

 

한약재 백두옹
한약재 백두옹

백두옹은 특히 이질에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이질(痢疾)은 혈액, 점액, 농이 뒤섞인 설사와 복통을 수반하는 하는 질환으로 법정 전염병에 속한다. 시겔라(Shigella)균에 의해 발병하는 세균성 이질과 열대지방에서 주로 발생하는 아메바에 의한 아메바성 이질이 있다.

과거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대부분 이질과 같은 급성 전염병에서 기인했다. 그래서 한의서에 나오는 처방들도 전염병 치료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이러한 전염병은 위생과 예방의학의 발달로 흔치 않아 졌다. 하지만 현재에도 백두옹의 강력한 소염, 항균 효능에 착안하여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할미꽃의 암 치료에 대한 효능들이 보고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 의료재단의 할미꽃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해 만든 항암주사제가 임상시험 단계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줄기, 잎과 꽃도 약용으로 쓸 수 있는데 줄기와 잎은 허리 무릎의 관절통이나 부종, 심장병 등에 쓰고 꽃은 학질이나 두창을 치료한다.

지난주 개최되었던 동강할미꽃 축제는 강원도 정선의 유명 축제 중 하나다. 동강할미꽃은 동강 변 석회암 바위틈에 자라는 종으로 일반 할미꽃과 달리 하늘을 보고 핀다. 동강할미꽃의 학명 Pulsatilla tongkangensis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적으로 동강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이다. 건설 예정이었던 동감 댐도 동강할미꽃 보호를 명분으로 막아냈다니 생태계의 보고인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에 자생하는 할미꽃 가는잎할미꽃(Pulsatilla cernua)은 한반도에서는 오직 제주에서만 자란다.

허한성(虛寒性) 설사에는 금하며 어떤 문헌에는 백두옹의 독성에 주의를 요하고 있다. 자꾸만 사라져 가는 할미꽃을 통째로 훼손하고 몸은 몸대로 탈이 날까 저어된다. 이제는 이질에 걸릴 우려도 없거니와 귀한 꽃을 그냥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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