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식’ 행정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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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서귀포 신시가지가 주차공간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535억원이 투입돼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서귀포시 대륜동과 대천동 일원 97만8421㎡에 도시 기반시설이 조성된 이후 심각한 주차난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도시계획 자체가 허술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당시 대한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도시 개발 사업에 참여해 주택건설용지(39만3743㎡), 상업용지(7만9545㎡)를 비롯해 도로, 공원, 교육시설 등 공공시설용지(50만5133㎡)를 조성했다.

문제는 당시 신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주차장 용지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귀포 신시가지 내 주차장 용도로 지정된 토지는 개인에게 분양된 2필지(1181.1㎡)에 불과하다.

서귀포시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터로 남아있는 사유지를 활용해 2015년부터 무료주차장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주·정차 단속을 피하기 위한 차량들이 주택가 골목길을 차지하면서 보행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소방차 진입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다.

2008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서귀포 신시가지 서쪽과 맞닿은 27만7000㎡에 조성된 강정택지지구도 벌써부터 주차난이 심각한 실정이다.

사설주차장 1곳(1713㎡)이 조성됐지만 주차 공간을 조성해 달라는 민원에 따라 서귀포시가 상가 인근 도로 380m를 일방통행 구간으로 지정해 노상주차장(30면 규모)을 만들고 유휴지를 활용한 공한지 주차장(12면 규모)도 추가로 조성했지만 곳곳에서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혁신도시 바람모루공원에 들어선 서귀포시노인복지관도 사전 수요를 충분하게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어지면서 프로그램실과 주차장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서귀포시노인복지관은 2016년 지상 3층 규모로 신축된 후 이용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2018년 12월 지상 4층으로 증축됐다.

서귀포시노인복지관은 등록제를 통해 만 60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지어졌다.

서귀포시는 당초 등록 예상 인원을 300여 명으로 잡았지만 현재 등록 인원은 4배인 1200명을 넘어서면서 시설 내 주차 공간이 38면에 불과해 주차장 확충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처럼 시설 이용객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공원 전체 면적 중 시설물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있어 건물 증축이나 주차장 확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서귀포시가 수십억원을 들여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도심지를 중심으로 451㏊. 1만7748m 구간에 조성했다가 철거된 목재인도도 근시안적인 행정의 하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공법이라며 설치 당시 호응을 얻었지만 시설된 지 10년을 넘기면서 곳곳이 부식되고 파손되기 시작했다.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고 눈과 비가 올 경우 미끄럼 현상이 심해지며 또다시 수십억원이 투입돼 목재인도를 걷어내고 자연석 인도로 교체됐다.

앞서 열거된 사례들은 미래 수요를 내다보고 사업 추진에 따른 충분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졌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업들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각종 사업 중에는 ‘잘못된 예측’과 ‘일단 쓰고 보자’식의 예산 집행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근시안적인 행정이 매번 관행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일이 터지고 난 후 수습하는 ‘사후약방문식’의 행정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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