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민정수석
  • 제주일보
  • 승인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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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민정수석은 대통령비서실 소속 민정수석 비서관의 줄임말이다. 차관급이긴 해도 조선시대 정3품 당상관(장관급) 대사간(大司諫)에 비유된다. 국왕의 옳지 못한 처사나 잘못을 비판하는 역할을 맡았다. 민정을 살펴 왕에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왕의 친인척 과오나 비행 여부도 관리·감독했다.

민정(民情)은 ‘백성들의 사정과 생활형편’을 뜻한다. 그 자리는 청와대 밖 세상, 즉 민심과 여론의 동향을 제때 포착해 국정에 반영하는 일이 기본적인 업무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맡는 데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을 컨트롤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역대 대통령들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민정수석에 앉혔다. 정권의 실세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옛말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지금은 권불오년도 과한 시대다. 역대 민정수석들도 권력의 핵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인사검증 실패나 권력형 사건이 터지면 대통령 대신 책임져야 해서다.

이명박 정부의 이종찬 수석은 4개월 만에, 박근혜 정부 때 곽상도 수석은 5개월 만에 교체됐다. 비망록을 남겨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단서를 제공한 김영한 수석도 국회 출석을 거부하다 항명 파동으로 8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우병우 수석은 전횡을 일삼다 영어의 몸이 됐고, 후임인 최재경 수석은 일주일 만에 옷을 벗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역임한 뒤 검찰총장으로 영전한 정구영씨와 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 민정수석을 지낸 뒤 오늘날 대권을 거머쥔 문재인 대통령이 그나마 예외다.

▲요즘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의 거취를 놓고 정국이 시끄럽다.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탓이다. 인사시스템 난맥으로 중도 낙마한 장차관 후보자는 6명,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된 장관급 인사도 8명이다. 인사 피로감이 누적되는 게 문제다. 이번 개각도 인사 참사가 정국의 블랙홀이 되면서 엄청난 국정 에너지를 소진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당사자 사과는 물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이맘때쯤 각 비서관실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글귀가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되, 자신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는 뜻이다. 과연 그런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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