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장 활용 위해 사유지 매입 등 대책 필요”
최근 제주지역에서 과거의 비극을 보여주고 교훈을 남기는 다크투어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다크투어 대상지인 일본군 전적지 및 4·3 등 제주지역 유적지는 훼손된 채로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4일 찾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 4·3 예비검속자 집단학살터에 설치된 안내판은 누군가 긁은 듯 훼손된 채 방치돼 정비가 시급해 보였다.
섯알오름 인근 알뜨르비행장에는 쓰레기 더미가 잔뜩 쌓여 있었으며, 비행기 격납고 벽면은 방문객들이 남긴 낙서가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또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통신시설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벙커는 오르 내리는 계단이 파손돼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민간인 수용소와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초등학교 서청특별중대 주둔지 옛터도 관리가 안 돼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고, 제주시 삼도2동 조일구락부 옛터, 조천읍 대흘리 동원주둔소 역시 현재 훼손돼 그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제주지역에서 다크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여행상품 개발과 인력 역량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군 전적지와 4·3 유적지는 정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명지 제주다크투어 대외협력팀장은 “이 같은 유적들은 제주4·3을 국민과 전 세계에 알리고 국가 폭력의 역사를 나누기 위한 인권교육의 장을 위해 보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주도에서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유적지를 매입하는 등 보존 및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현장 확인 후 섯알오름 학살터와 알뜨르비행장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된 유적지는 문화재청에 국비를 신청해 보수를 실시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하게 보수가 필요한 경우에는 긴급 보수비를 활용해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