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왕국과 프랙털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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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향기로운 봄이다. 수많은 생명들이 기지개를 켠다. 달가운 햇살에 새순이 움튼다. 그중에는 고사리도 있다. 지금쯤 땅속에서부터 세상 밖으로 고개내밀 채비를 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사리 물결이 산야를 뒤덮는다. 그때에는 사람들도 고사리를 찾아 발길을 재촉할 것이다.

이처럼 고사리는 식용으로 인기 높은 양치식물이다. 그럼에도 고사리 잎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드물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잎 여러 장이 잎자루 양쪽으로 나란히 줄지어 붙어있다. 그 모양은 끝이 뾰쪽한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작은 잎이든 큰 잎이든 모양이 같다. 여러 장의 잎으로 이뤄진 잎자루 모양도 그렇다. 고사리 전체 모양도 비슷하다.

이 같은 현상은 나무에서도 볼 수 있다. 하나의 새순 줄기가 커지면서 Y자 모양 2개의 줄기로 나눠진다. 분할현상이 반복되면서 수많은 나뭇가지로 갈라진 후 울창한 수관을 이룬다.

이처럼 하나의 작은 모양이 무한 반복을 거쳐 전체 모양과 같아지는 현상을 프랙털이라고 한다. 자기유사성이다. 프랙털 용어는 ‘파편’, ‘부서짐’이라는 뜻이다. 폴란드의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가 새로운 기하학 도형에서 처음 사용한다. 규칙적인 기하 구성성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불규칙한 곡선 형태나 사물에 대해 프랙털 도형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무리 불규칙하게 보이는 도형이라도 세부적으로 나눠 보면 전체의 모양과 닮아 있다. 자연계에서는 구름·산·번개·난류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제주의 숲과 오름, 즉 오름왕국도 프랙털 특성이 뚜렷하다. 한라산의 분신처럼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오름들이 서로 닮아 있다. 오름마다 크기는 다르지만 둥그런 모양이 그렇다. 푹 꺼지거나 뾰쪽 솟아난 굼부리 모양도 비슷하다. 거미집처럼 오름과 오름을 이어주는 능선줄기도 서로 닮은 모양으로 얽혀 있다. 하천 역시 다르지 않다. 백록담 아래로 꾸불꾸불 흘러내린 하천은 아무리 축적을 바꿔도 그 모양은 프랙털 차원을 갖는다. 들어가고 나옴을 반복하고 있는 해안선도 부분을 뜯어보면 전체의 모양과 닮아 있다. 나무들로 이뤄진 숲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름왕국은 이국적인 프랙털 구조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가? 이 역시 프랙털 특성을 갖고 있다. 뇌는 많은 주름으로 얽혀 있다. 주름에는 더 작은 주름들로 연결돼 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폐도 꾸불꾸불한 곡선이다. 폐 안에 분포돼 있는 모세혈관과 동맥·정맥도 프랙털 구조다.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산소를 흡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처럼 프랙털 구조는 효율적인 물질대사 교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까지 외부로부터 물질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개방형 조직을 갖고 있다. 그 조직은 한정된 공간에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기관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효율성은 곡선을 낳고 있다.

인류학자 이상희 교수의 말이다. “인간도 우연한 작품의 결과다. 진화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우수한 형질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화시킨 것이며 그것이 직립보행을 낳고 두뇌의 용량을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이 말을 되새겨보면 효율성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프랙털 구조는 곡선이며 곡선은 효율성의 산물이다. 그 진화는 일정한 자기닮음을 만든다. 자기닮음은 결국 모든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는 서로닮음으로 엮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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