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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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대형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식당이라고 불리는 ‘함바집’은 일본어인 ‘함바’에서 온 것이다. 광산이나 공사장 인근에 가설한 식당을 겸한 인부 합숙소라는 뜻이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자들의 한과 아픔이 서려 있는 단어라 할 수 있다.

건설업에는 아직도 이처럼 일제의 용어가 수두룩하다. 일이나 막노동을 ‘노가다’, 마무리를 ‘시마이’, 지렛대를 ‘빠루’라고 한다. ‘야리끼리’는 그날 정해진 할당량을 채웠을 경우 끝나는 일을 일컫는다. 일제강점기 때 국내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활발해지면서 그들의 언어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통설이다.

평탄화 작업을 ‘나라시’, 흠집을 ‘기스’, 콘크리트를 ‘공구리’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60년 넘게 ‘건설업자’로 불려온 건설업 종사자의 명칭이 ‘건설사업자’로 바뀐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다. 건설공사와 건설업 관련 내용을 규정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은 지난 1958년 제정된 이후 줄곧 건설업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동안은 국가와 지역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추 산업임에도 ‘토건’ ‘삽질’ ‘노가다’로 불리는 등 저평가되었다.

건설업은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 등에 상당히 기여했다. 투자 규모는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6.6%다. 지역경제에서의 비중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제주는 33.2%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는 가장 높다. 고용 규모도 상당하다. 2017년 기준 198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는 전체 취업자의 7.4%에 해당한다. 이런 수치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일자리는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고용 안정성 면에서 취약하다.

독일은 건설업에 ‘마이스터(Meister)’로 대표되는 고숙련 정규직을 고용해 책임시공을 하고 있다. 이들의 사회적 명성과 소득은 상당하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1950년대만 하더라도 건설근로자는 ‘일자리로서 마지막 정거장’이었다. 우리의 ‘노가다’ 비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도 및 노동 조건 개선과 전문가 양성, 안전 등에 매진한 결과 그들에 대한 대우가 오늘처럼 달라졌다.

▲건설업 용어가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언어가 우리의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언어만 바꿀 게 아니라, 의식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업자’에서 ‘사업자’로 개명한 만큼 이들의 자부심도 커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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