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도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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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전에 만난 한 친구가 있다.

부산 출신인데 서울에서 근무하다 발령을 받아 2년여 동안 제주에서 근무를 한 친구다.

당시 이 친구의 가족들은 멀고 먼 제주에 와서 어떻게 사느냐고 하면서 내려오기를 주저했었다 한다.

그 친구는 2년여의 제주생활을 마치고 다른 지방을 돌다가 지금은 다시 서울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제주에 내려왔다 올라가곤 한다.
가족들이 제주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렇게 주저하더니 막상 살아보니 제주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는 게다.

집사람과 아이들은 결국 제주에 남고 자기 혼자만 서울에서 근무하는 처지가 됐지만 자기도 제주가 좋아서 주말마다 내려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한다.

문득 이 친구에게 명예도민증 같은 것을 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자기도 제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것은 물론 남들과 얘기할 때 한마디라도 더 제주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조금 씁쓸한 얘기도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그 곳에서 터전을 잡고 한 달에 1~2번 내려오는 한 선배가 있다.

객지에 살면서도 늘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갖고 고향일이라면 팔 걷어붙이고 자기일처럼 애쓰는 분이다.

어느 날 술자리를 같이한 자리에서 이 분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자식들이 자칫 제주인이라는 자긍심을 잊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평소 부모에게서 고향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 늘 애향심을 간직하며 생활하던 딸이 방학 때 친구들과 제주에 놀러온 적이 있는데 도민 무료 관광지에서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외지인 취급을 받고 똑같이 입장료를 내 충격을 받았다는 게다.

입장료 몇 천원이 문제가 아니고 평소 친구들에게 고향이 제주라고 자랑하다가 친구들 앞에서 그런 꼴을 당했으니 난감했다는 것이다.

그 분은 다른 지방에서 자리잡아 생활하는 제주인들이 많은데 자라나는 2세들에게 고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명예도민증을 주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는 제안을 했다.

1971년 처음 시작해 해마다 몇 명 주나마나한 명예도민증은 외국인이나 다른 지방 출신으로 제주지역사회의 발전과 개발에 대한 공로가 현저한 인사에게 수여하도록 돼 있다.

명예도민증은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감투이고 벼슬이다. 앞에 열거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시대가 바뀌면 발상의 전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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