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선박 매연에 주민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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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C유 사용 미세먼지 다량 배출…밖에 빨래도 못 널어
주변 생활권 보장 필요…“관련법 제정 추진 중”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한 선박에서 미세먼지 주범인 검은 매연을 내뿜고 있는 모습.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한 선박에서 미세먼지 주범인 검은 매연을 내뿜고 있는 모습.

제주항을 입·출항하는 일부 선박들이 황 함유량이 높은 벙커C유를 사용하면서 항만 주변에 거주하는 제주시 건입동 주민들이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고 있다.

선박업계에 따르면 일부 여객선과 화물선 등은 가격이 저렴한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을 다량 배출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선박은 보일러연료보다 황 함유량이 7배나 많은 벙커C유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건입동 일부 주민들은 선박 연통에서 시커먼 연기를 뿜어낼 때마다 빨래를 널지 못하고, 여름철에는 창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매번 창틀과 빨래줄에 묻은 검은 때(매연)를 닦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실례로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제주지역 미세먼지 배출 원인 중 하나로 선박에서 내뿜는 매연을 꼽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컨테이너선 1척이 내뿜는 미세먼지의 양은 디젤 승용차량 50만대와 같고 초대형 크루즈선박의 경우 디젤 승용차량 350만대가 내뿜는 양과 같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더구나 제주항에는 육상에서 배로 전기를 공급하는 ‘육전시설’이 6곳 밖에 없어서 대다수 선박은 정박할 때마다 엔진을 가동해 막대한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항만 미세먼지를 오는 2022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선박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 항만 인프라를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단속할 근거가 없어서 항만 주변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김장영 교육의원(제주시 중부선거구)는 10일 도정질문에서 “제주항을 오가는 수백 척의 선박에서 내뿜는 미세먼지로 주민들은 여름에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며 “건입동을 포함한 항만 주변 주민들의 기본 생활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대형 선박은 미세먼지 배출 제한 해역을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해수부에서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항 항만시설 현대화를 앞당겨서 육상에서 배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을 확충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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