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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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영국의 한 과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날씨는 하루에 서른여섯 번이나 변한다고 한다. 봄날은 적어도 하루 세 번 바뀌는데, 아침은 썰렁하고 점심은 더우며, 저녁에는 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날씨의 변화에 이래저래 혼쭐나는 건 기상청이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기계화가 되었다 해도 신이 아닌 이상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다. 기상청 K 통보관은 “일기가 확실하다면 확보라고 하지 왜 일기예보라고 하겠나.”고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현상을 알아내기란 불가능하다는 푸념으로 들렸다.

‘춘래불춘래’라 한다.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요즘 날씨가 그렇다. 봄이 왔나 했더니, 꽃샘추위가 들이닥쳐 세상의 질서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꽃샘추위는 초봄의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강원지역에선 산불이 발생해 많은 산림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우박과 폭설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어린 새싹과 꽃들도 여지없이 꺾이고 짓이겨졌다. 사람들마저 독감과 질병에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요즘 우리 사회가 꽃샘추위와 같은 사건·사고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부정부패와 폭력이 난무하고, 공권력이 무너지고, 마약 투약에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일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달 장관후보자 청문회가 열렸다. 새 정부가 들어서 과거와는 다른 청문회가 되리라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부동산투기, 다주택 보유, 교통법규 위반…, 그 방법도 다양하다. 여야는 창과 방패가 되어 입씨름을 벌이다 끝이 났다.

후보자들은 청문회 내내 송구와 죄송, 사과라는 말로 고개를 숙였다. 순간만 넘기면 장관으로 임명될 것을 굳게 믿는지도 모르겠다. 서양속담에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 내려놓았어야 좋았을 것을.

이뿐 아니다.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부동산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샀다. 입으로는 참을 말하면서, 뒤에서는 정반대로 행동한 것이다. 누가 비판하면 반 촛불 세력이라 매도하고 무섭게 몰아붙인다.

그는 기자 시절 한 칼럼에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 값이 몇 배로 뛰고,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고 썼다. 그런데 6개월 만에 자칭 초식동물 건물주가 된 것이다. 후안무치가 도를 넘는다.

그는 사퇴하면서까지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 했다. 툭하면 전 정권 탓, 아내 탓, 모든 것은 남의 탓으로만 돌리면서 자신은 정당하다고 한다.

싱가포르를 여행한 적이 있다. 이 나라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과 깨끗한 환경에 매료된다. 도시 전체가 공원이나 다름없다.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싱가포르는 부정부패가 없고 법과 질서를 엄격하게 지킨다. 그리고 정부와 국민이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선진국다운 모습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도리이며 의무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조금도 흠집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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