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원도심 활성화와 핫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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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수파드엘릭사 고문/논설위원

서울에서 요즘 가장 핫(HOT)한 곳을 뽑으라면 종로구 익선동이다.

익선동 한옥 마을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 때 당시 한 건설업자가 이 지역에 도시형 한옥을 대량으로 지어 분양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이후 10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 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서울 한 복판에 외부와 단절돼 마치 섬처럼 남아 있는 곳이었다.

이곳 동쪽 끝인 국악의 거리에 인접한 골목길에는 예전부터 인근 종로 보석상이나 낙원 상가 등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갈매기살 한 점에 소주 한 잔 걸치는 곳으로 유명하였다. 서울에 사는 세화중학교 동창들도 가끔씩 한옥 처마 밑에 자리 잡아, ‘서울의 달’을 쳐다보며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쪽과 한가운데, 그러니까 옛날에 사람들이 살림하며 살아가던 익선동 한옥 마을 동네는 오랜 시간 동안 퇴락하여 폐가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2년 전까지만 해도 고향 친구들과 정을 나누기 위하여 종로 3가 지하철에서 내려 갈매기살 집으로 걸어가다 보면 사람의 흔적은 없고 빈집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만 바쁘게 지나가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찾아간 익선동은 마술 지팡이를 툭 쳐서 마법을 부려 놓은 듯 완전히 바뀌어 있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던 골목길에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고, 리모델링한 한옥 집에는 온갖 맛집과 카페들이 꽉꽉 들어서 있다. 세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자긍심이 있어 보이는 젊은 창업자들은 가게마다 저마다의 분위기를 잡아 가고 있다.

서울의 핫 플레이스는 그 동안 홍대 앞, 삼청동에서 시작하여 북촌, 서촌, 이태원 경리단길, 연희동 등지로 진화되며 이어지고 있다. 이런 동네의 공통점은 오래된 동네여서 옛 정취가 남아 있으며 좁은 도로나 골목길을 중심으로 낮고 오래된 건물이 줄 지어 늘어서 있다는 점이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 이런 공간에서 사람들은 안정감과 함께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핫 플레이스는 안목 높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원형은 유지한 채 창의성을 발휘하며 예술성과 세련미를 갖춘 근사한 가게를 만들어 내며 쇠락한 골목길을 단숨에 젊음의 거리로 변화시킨다.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는 오래된 숙원 사업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제주 원도심과 서울에서 뜨는 핫 플레이스가 닮은 점이 많다. 오래된 집도 많고 칠성통이나 동문 시장 건너편 산지천 쪽으로는 좁은 골목길도 많다. 관덕정, 제주 관아 등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적지도 있고 바닷가와 부두도 끼고 있다. 공항에서 직선거리로 오면 버스 타고 금방 올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모일 수 있는 핫 플레이스가 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셈이다.

얼마 전 제주에서 택시 기사분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분은 밥값보다 비싼 택시 요금 내가며 평대리 바닷가 맛집을 찾는 사람들을 본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요즘 트렌드이다. 점점 아름다운 경관보다는 핫 플레이스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다면 원도심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서울에 오면 가야할 곳, 돌아볼 때 많겠지만, 꼭 시간 내서 익선동이나 삼청동 등지에 들러,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퍼 가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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