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 의한 시장’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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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있는 유바리시(夕張市)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2006년 일본 지자체 사상 처음 파산한 곳이다. 1960년대까지 탄광도시였으나, 석탄 산업이 몰락하자 ‘탄광에서 관광으로’라는 구호 아래 대형 프로젝트에 과잉투자한 것이 화근이다.

이 도시에 도쿄도의 스즈키 나오미치 등 20여 명의 다른 지자체 공무원이 ‘재정 구출대’로 파견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스즈키의 나이는 27세다. 그는 시민 목소리를 담은 재건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1600가구 이상을 직접 찾아 설문조사를 했다. 인기 특산품 ‘유바리 멜론’의 과즙을 이용한 ‘유바리 멜론 팝콘’도 고안했다. 원래 파견 기간은 1년이었지만 “1년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1년 더 연장했다.

▲2010년 도쿄도로 복귀한 그에게 유바리 시민들이 찾아왔다.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달라는 것이다. 2011년 전국 최연소(30세) 시장으로 당선됐다. 재선하며 8년 동안 구조조정에 매달렸다. 우선 자신의 급여를 70% 깎았다. 공무원 수를 60%가량 감축했고, 급여도 50% 이상 삭감했다. 각종 보조금을 폐지하고 주민 관련 시설은 주민들이 유지·관리토록 했다.

그런 그가 지난 2월 홋카이도 지사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사퇴하자 시청 직원들은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배웅했다. 유바리를 무대로 한 1970년대 국민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을 연상케 했다. “너무 어리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난 7일 지사에 선출됐다. 그는 유바리는 물론 홋카이도와도 연고가 없다. 출신지는 도쿄에서 좀 떨어진 사이마타현이다. 하급 공무원이 된 후에야 야간 대학을 다닌 것을 보면 금수저도 아니다. 38세의 나이와 꽃미남 급 외모, 야권 텃밭에서 여권 연합후보의 당선. 당연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국내 주요 언론들도 당선 소식을 전하면서 유바리시에서의 각종 개혁을 조명했다.

▲2006년은 제주와도 인연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4개 기초단체(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는 사라지고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가 탄생했다.

많은 이가 시장 자리를 거쳐갔다. 제주시는 8명, 서귀포시는 10명이다. 얼른 봐도 평균 재직기간은 1년 몇 개월이다. 하도 짧아 공과를 따지기는커녕 이름조차 가물거린다. 기억하고픈 시장이 있었으면 하는 것도 직선제를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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