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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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시인·수필가·문학평론가

평화로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시의 서쪽 관문인 무수천을 지나면서 한 곳에 4차로를 덮는 현수막이 보였다. 현수막은 때로 대단한 효과를 줄 때가 있다. 시속 80㎞를 넘는 속력으로 달려온 운전자가 시내에 진입하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할 것은 당연하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제주지방경찰청에서 내건 카피(광고문안)이었다. 딱 맞는 좋은 카피다.

상품의 특징을 잘 표현한 고전적인 카피 중에 삼성전자의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아마 10년도 전에 유행했던 카피였다.

나는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가 그에 버금가는 좋은 카피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보여야 사고를 내지 않을 것이 아닌가.

젊은 사람이 별세했다고 하면 암이거나 교통사고를 얼른 떠올리게 되지 않는가. 교통사고는 언제나 우리 모두의 적으로 돼있다. 막말로 교통사고는 1나노미터의 조심성을 갖고도 지나치기 어렵다. 1나노미터는 크기의 단위로 10억 분의 1미터를 가리킨다. 고대 그리스어의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다.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에 해당한다. 삼성이 개발한 60나노스는 2000분의 1정도 되는 초미세의 크기다.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뭘 바쁘다고 과속을 하는 운전자에게는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놓치기가 쉽다. 그래서 어스름 저녁의 사망사고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일 때가 많다.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사고는 가까이에 있다.

유머 하나를 소개하겠다.

과속에 걸린 사람은 누구나 교통경찰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어느 사람이 과속으로 차를 몰다가 교통경찰관에게 걸렸다. 그 사람은 자기보다 속도를 내며 지나가는 다른 차들을 보고 자기만 적발된 것을 너무 억울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몹시 못마땅한 눈으로 경찰관에게 대들었다.

“아니 다른 차들도 다 속도위반인데 왜 나만 잡아요?”

경찰관이 물었다. “당신, 낚시 해 봤소?”

“낚시요? 물론이죠.”

그러자 태연한 얼굴로 경찰관이 하는 말, “그럼 댁은 낚시터에 있는 물고기를 몽땅 잡소?”

교통사고는 우선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 올해 모 신문에 의하면 지난해 11월까지 200여 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있었지만, 400여 명의 부상과 1명의 사망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적다고 한다. 1명의 사망사고뿐만 아니라 400여 명의 부상도 없어야 한다.

제주지역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점차 줄어들면서, 인명피해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꾸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운전자 스스로의 잘못은 사망사고가 아니더라도 제3자에게 치명적인 부상이나 운명을 바꿔놓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직까지 대형 전세버스사고는 없었다고 기억되지만, 관광시즌에는 3~6대의 전세버스가 대열운행을 하면서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전세버스사고의 사고 시 대형사고가 될 것은 예측된 일이다.

바뀌어야 할 것은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버스를 타고 보면 ‘금연’ 표지가 붙어 있는데, 그것은 20~30년 전의 일이 아닌가. 재떨이가 있는 버스도 없지만 버스 내에서 흡연하는 정신 나간 사람도 못 봤다.

아무튼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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