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 있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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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과 재벌 걱정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보라는 듯이 TV에 버젓이 나타난다. ‘살찐 고양이’(탐욕스럽고 배부른 자본가나 기업가)들은 경영 성과와 관계없이 천문학적인 연봉과 퇴직금을 챙긴다. 만일 조금이라도 걱정했다면 땅 치며 후회해야 한다. 요즘 영화 ‘베테랑’의 망나니 재벌 2세 조태오 같은 부류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것을 보면 더욱더 그렇다.

▲예전엔 ‘사’자 돌림 직업에 대한 걱정도 정말 쓸데없는 걱정 중 하나였다. 변호사·의사·회계사 등은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전문직에 높은 연봉, 사회적 지위까지 보장됐다. 청년들에겐 선망의 직업이었으며, 딸 가진 부모에겐 이상적인 사윗감이었다. 그래서 ‘열쇠’ 몇 개를 준비해야만 했다.

지금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일이 되고 있다. 로스쿨을 졸업해도 변호사 명함을 장담할 수 없다. 2012년 87%였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2014년 68%, 2016년 55%, 2018년 49%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러다 보니 ‘5진 아웃제(졸업 후 5년 이내에 5회만 응시 가능)’로 영영 법조인이 될 기회조차 놓친 이른바 ‘변시 오탈자’가 지난해까지 441명에 이른다.

시험에 합격해도 구직 전선은 가시밭길이고 대우도 달라졌다. 민간은 ‘대리급 변호사’를, 공공은 ‘7급 변호사’를 원하고 있다.

회계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등록 회계사는 2만59명으로 사상 첫 2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휴업률은 지난해 8월 기준 36%다. 7000~8000명의 회계사가 어렵게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본연의 업무인 회계법인에 있지 않고 일반 직장에 취직하고 있다.

의사 세계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동네의원의 개업 대비 폐업률은 60%에 달했다. 10곳이 문을 열었고 6곳은 문을 닫았다.

▲우리 사회가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전문직도 공급 과잉을 빚으면서 ‘파이’를 놓고 세대 간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입구와 출구의 크기가 비슷해야 하는데 입구만 넓히고 출구 전략은 없다. 평생면허 정년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처음엔 반감을 샀던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도 호응을 얻고 있지 않는가. 젊은 세대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 모두의 아들, 딸, 손자의 일이기도 하다. ‘사’자 직업에 오지랖 넓게 걱정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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