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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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일제강점기 말, 군인과 섬 주민들에 대한 선전공작지로 이용하던 「제주신문」의 시설을 광복 후 접수해, 1945년 10월 1일 「제주신보」로 창간한 것이 오늘의 「제주新보」다.

한데 신문이 그새 수난으로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상호가 ‘제주신문→제주일보→ 제주新보’로 바뀌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온 것이다. 왜 저럴까. 세간에서 몹시 의아해 했다. 제주일보방송이 신문을 새로 내면서 「제주일보」란 상호를 사용한 데 이르러 의문은 더욱 증폭됐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게 그 상호를 사용하던 신문이 어느 날 「제주新보」란 이름표를 달았지 않은가. 순 한글 이름에서 ‘신’이 ‘新’으로 바뀌었으니 어정쩡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신문 이름에 국한문혼용체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더 미심쩍고 궁금했다.

그런 중, 두 신문의 편집 유형과 기본 틀이 혹사(酷似)해 어느 한쪽이 기존의 아류란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민망한 시선도 있었다.

문화면 전통의 ‘해연풍’이 「제주新보」와 「제주일보」 양쪽 모두 실리는 것도 마뜩해 보이지 않았다. 과거 필진이었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제주新보」 현 필진이 이전의 맥을 이어 온 얼굴들인 걸 잘 알고 있을 테다. 두 신문 문화면에 같은 제하(題下)의 글을 올리고 있다니. 이런 경우도 있는가.

전통의 백호기축구대회를 「제주일보」가 주관하는 것에도 거북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었다. 그게 어떤 대회인가. 1970년대 제주지역 축구에 애드벌룬을 띄웠다 할 만큼 상징성을 지닌 행사다. 지금 5, 60대에게 애교심과 더불어 추억을 심어 주었던 대회 아닌가. 선수 훈련을 비롯해, 특히 학교 간 응원전이 폭발적이던 걸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 대회를 어느 신문이 주최하느냐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그런저런 걸 떠나 딱한 게 도민들에게 혼란을 준 점이다. 이전의 신문 이름들인데 이쪽저쪽으로 오고 가고 하는 바람에 헷갈릴 수밖에. 지식층도 잘 모르는 판에 여염의 장삼이사들이 따져 가며 구별하려 들겠는가. 그게 그거구나 하다가 왔다 갔다 하곤 했다.

「제주新보」(2019. 4. 19.)를 펼치는 순간, 놀라움에 몇 번을 거듭 읽었다. ‘제주일보 상표·지령·체육문화 행사 가처분 소송서 제주新보가 이겼다’ 제목의 기사에 눈이 제대로 꽂혔다. 부제가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었다. ‘파기환송심서 모두 인용…소송비 제주일보방송(대표 김대형) 부담’ ‘광주고법 제주부 최종 결정…2015년 시작한 소송 마침표’

이번 판결의 의미는, 「제주일보방송」이 「제주일보」 신문발행 권리 지령 사용, 백호기대회 등 행사 개최 자격 없다는 것을 뜻함이라 못 박아 썼지 않은가.

중국 발 미세먼지만이 아니었구나. 세상이 희부옇더니 순식간에 눈앞이 확 트여 왔다. 먼 산이 성큼 다가앉고 바닷물 소리에 앞개울이 섞여 흐르고 백 가지 꽃이 피어나고 새들이 우듬지를 차고 날아 하늘 높이 날갯짓한다.

「제주일보」 ‘海軟風’으로 연을 맺어 줄곧 칼럼을 쓰는데 갑자기 신문이 「제주新보」로 바뀌는 와중을 헤치고 나온 감회, 가슴에 이는 작은 파동인들 왜 없으랴. 어간 편집진과 임직원들 신문을 지키려 부둥켜안고 오늘에 이른 걸 익히 알고 있다. 그분들, ‘느낌표→물음표→쉼표→마침표’로 흘러온 신문의 궤적을 되돌아보며, 오늘의 ‘마침표’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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