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레낭(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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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은 땅이 거칠다. 빌레왓이 많다는 얘기다.

빌레왓은 넓적하고 평평한 돌이 많은 밭을 말한다. 돌밭에서 벼를 키우는 것은 금방 짠 치약을 도로 넣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땅이 깊지 않아 마늘이나 양파, 당근 등 재배 작물이 한정됐다.

그래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은 빌레왓에서 돌을 주워 한곳에 모으면서 밭을 일궈냈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밭 한 곳에 돌무더기가 있는 곳이 많았다. 밭일을 할 때마다 돌을 하나씩 하나씩 주워 한곳에 모으면서 돌무더기가 생긴 것이다. 돌이 많은 밭에는 돌무더기가 여럿 있다.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곳이다.

▲빌레왓뿐만 아니라 빌레낭(나무)도 있는 모양이다.

제주에서 발견돼 2006년 미기록종으로 보고된 나무다. 빌레처럼 암반이 많고 얕은 지역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빌레낭으로 명명된 듯하다.

현재 제주 서부지역의 곶자왈에서 자란다.

중국 남부와 일본 남부, 동남아지역에서도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종은 아니다.

빌레낭의 잎은 크고 길쭉한 편이다. 잎이 크다는 것은 공기와 관련된 기능에 효과가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

▲이 빌레낭이 요즘 뜨고 있다.

미세먼지 등 실내 공기 질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8월부터 7개월간 서울 삼양초등학교 2개 학급 교실에서 실험을 한 결과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이 기간 2개 교실에 빌레낭 500그루로 이뤄진 식물 벽을 설치한 후 효과를 측정하고, 신체·심리적 만족도를 조사했다. 실험 결과 해당 2개 학급 교실의 습도는 식물 벽을 설치하지 않은 교실보다 10~20% 증가했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평균 20% 감소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식물벽이 있는 교실의 학생 43명의 교실 환경 만족도는 92.7%에 달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러한 효과를 바탕으로 빌레낭의 보급 시범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제주지역은 미세먼지로 뒤덮이는 날이 많았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뿐만 아니라 심장과 뇌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마침 빌레낭의 자생지가 제주지역인 만큼 제주지역 학교에서도 식물벽 설치 시범 사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실마다 초록색 곶자왈이 떡하니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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