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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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살아가면서 뭔가 확신이 부족할 때 주변의 생각이나 의견을 빌려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혼자만의 비밀이나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사정도 있지만 이럴까 저럴까 상황판단의 어려움은 점집이나 철학관의 문을 두드리며 요즘 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타로점에서 혹시 하는 심정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세상 풍파에는 아픔도 슬픔도 존재하지만 시기의 중요성이 있다. 주저하는 찰나의 순간 명암이 갈리며 뜻하지 않은 행운이 삶의 질을 바꾸기도 한다. 정해진 수순에 따라 마땅히 누려야 하는 기회에도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고 가지려는 욕심이 필요하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 근처 식당에 들어서니 남녀가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반갑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처지라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대화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선거인데 찬성과 반대가 오가며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좀처럼 결론이 안 나는 힘 빠지는 소모전이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계속 목소리를 높이던 이가 다가서더니 자신이 이번에 출마하려고 하는데 운세를 봐달란다. 상황판단에 맞지 않는 질문이지만 못된 성품을 알고 있기에 의기양양 콧대를 눌러 주리라 다분히 장난기도 발동해 그러자 했다. 현재는 이사 직책을 맡고 있는데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단다. 그리고 부연 설명을 하는데 귀가 아플 지경이다. 빈 수레 요란함은 기본이고 말에는 싸구려 포장이 입혀져 주변을 힘들게 하는 지나친 이기심의 소유자다.

딱히 거절하고 안 된다고 하면 괜한 시빗거리가 될 것이라 화제를 돌려 조용하게 지켜만 보던 여성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왜 이번에 직접 나가지 않으시냐고 그랬더니 놀란 표정으로 준비가 부족하고 경력도 짧아서 언감생심 꿈도 안 꾼단다. 자세히 들어보니 새로운 조합장과 감사 등을 뽑는데 투표 결과에 따라 지위가 정해진단다. 비록 지금은 작은 역할이겠지만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만족하시라고 적극 권유를 해주었다.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리고 같이 동행한 사람들에게는 밝은 이미지로 암시를 심어줬다. 미움의 대상을 남기는 불편한 현실이었지만 여럿을 위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호들갑 떨던 위인은 동네 창피하다 떠났으며 그 여성은 무난히 당선됐다는 연락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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