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행복지수, 아버지가 행복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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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논설위원

지난 4월,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가 한국인의 ‘안녕지수’란 이름으로 발표한 행복측정치(행복지수)를 보면, 2018년도 365일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은 어린이날로 꼽혔다. 그날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되는 바람에 3일간의 연휴가 행복의 시너지를 마음껏 발산했기 때문이란다. 올해도 어린이날을 중심으로 사흘의 연휴가 발생할 터니, 5월의 첫날부터 행복예감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이러다간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행복한 날이 어린이날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행복지수가 우리사회의 나침반이 된다는 조사팀의 주장을 적용하면, 그러할 날도 멀잖다. 참고로 행복지수는 카카오 플랫폼 ‘마음 날씨’를 통해 약 100만 명의 한국인에게 질문한 행복 관련 10개 문항을 분석한 결과다. 삶의 만족도, 삶의 의미, 스트레스, 정서 밸런스(행복·우울·짜증·불안함·즐거움·지루함·평안함)로 구성된 질문들은, 행복이란 그저 만족스럽고 즐거운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하는 삶의 의미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2017년도 시작된 첫 번째 조사에서 ‘제주도의 삶의 만족도가 17개 시·도 중 1위’인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행복을 찾아서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모여드는 수도권은 대도시의 스트레스 때문에 꼴찌로 떨어졌다. 두 번째인 2018년도 조사결과에서도 제주도는 세종시와 함께 가장 행복한 도시로 올라섰다. 이에 대해 조사팀은 지역별 행복 점수의 지나친 확대해석이나 일반화를 경계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뺀 모든 곳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사회적 지지를 느낀다’는 분석 결과에는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왜 제주도 남자만 예외인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보다 사회적 지지를 강화하는 게 건강보호에 더 긍정적이라는데….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도 제주도에서 가장 크게 벌어진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적 지지란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부터 꾸준하게 제공되는 애정과 존경의 표현, 발언과 행동에 대한 인정, 금전과 시간 등 물질적 지원을 총괄한다. 이를 통해 개인은 용기와 도전 등 정신적 자원을 끌어내고, 좌절과 포기 등 정서적 부담을 이겨내며, 구성원에게 금전 등 물질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실패와 좌절의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게 된다.

바로 이쯤에서 ‘그렇구나’ 싶은 제주도 아버지의 사회적 지지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물로야 벵벵 돌아진 섬에, 삼시 굶엉 요물질 해영, 혼푼 두푼 모여논 금전, 부랑자 술잔에 다 들어간다’는 해녀들의 마음속이다. 여기에서 ‘부랑자가 누구인지’를 질문해 보면, 제주도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우리 집 아방’이라 답한다. 사실, 어렸을 적 우리 동네 아버지들은 모이기만 하면 불콰하도록 술을 마셨다.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들의 등 뒤에는 외로움과 절망감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생각해보면 4·3사건 이듬해인 1949년도, 제주도의 성비는 여자 100명에 남자 82명이었다. 혹여 살아남은 자의 아픔과 상처가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뼈저리게 했던 건 아니었을까?

행복은 개인 아닌 사회 문제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선 아버지가 행복해질 때까지 사회적 지지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제는 행복의 전체 수치보다 행복의 불평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지지도가 크게 낮아진다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외롭지 않은지도 살펴보아야 하겠다. 그러면 어머니는 어쩌나? 60대 이후부터는 여성의 행복지수가 남성을 앞지른다니, 소로도 못나서 제주여자로 태어나신 우리 어머니들. 앞으로도 무소의 뿔처럼 너끈하게 제주사회를 지탱하셔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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