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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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어느덧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 왔다.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달이다. 이제 싱그러운 대지 위에 녹음의 물결이 넘실대고,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산과 들을 수놓게 된다. 따사로운 햇살과 파란 하늘은 신록의 푸르름을 더하게 된다.

제주의 오월은 눈부시게 빛난다. 마치 소금을 뿌린듯 감귤밭의 새하얀 귤꽃이 마침내 속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점차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는 청보리와 연분홍빛 참꽃나무는 감탄을 부른다. 화려하게 피워내는 분홍색 털진달래와 진분홍색 철쭉은 한 폭의 수채화를 방불케 한다.

▲가족은 사람들의 삶에서 무척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종종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대할 때가 적잖다. 너무 가까워서 때론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허나 ‘가정의 달’ 오월이 있기에 우리는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되새겨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오월엔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한부모 가족의 날(10일), 입양의 날(11일), 가정의 날(15일), 스승의 날(15일), 세계인의 날·성년의 날(20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풍성하다. 내 가정은 물론 입양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특수한 가정도 보듬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각종 기념일과 행사도 집중돼 있다. 근로자의 날(1일)을 시작으로 유권자의 날(10일), 부처님 오신 날(12일), 발명의 날(19일), 방재의 날(25일), 바다의 날(31일) 등이 이어진다. 다양한 축제와 크고 작은 체육행사도 도내 곳곳에서 쉴 틈 없이 열린다.

봄의 절정에 달하는 오월은 ‘웨딩의 계절’이기도 하다. 좋은 날씨 덕분에 결혼식을 올리는 선남선녀가 많다. 다른 한편으론 오월은 ‘돈 쓰는 달’이다. 여느 달보다 지출 항목이 급격히 늘어 ‘오월이면 허리가 휜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을 지경이다.

▲오월은 찬란한 푸르름 속에 아픔과 분노 뜨거움 등이 배어 있다.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이 된 중요한 사건이 잇따라서다. 박정희의 5·16 군사정변(1961년)과 전두환의 5·17 쿠테타(1980년)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반면 5·18광주항쟁(1980년)은 민주주의 발전이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그런 점에서 오월은 ‘격변의 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저나 올해 오월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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