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전시관, 앞날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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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으라’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상황을 잘 봐가면서 일을 진행하라는 뜻이다. 일이 잘못돼 헛수고하거나 낭패당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이런 점에서 제주돌문화공원이 설문대할망전시관과 관련해 그제 전시물 설계 업체를 선정한 것은 상식을 깨는 일이다.

사업비 74억원이 투입되는 전시관은 돌문화공원의 유물 이외에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과 2013년에 협의한 대로 박물관 소유의 민속자료 8060점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돌문화공원 측은 내년에 전시관을 개관해야 하므로 우선 전시물 설계 업체를 정한 후, 민속자료 이관 문제를 자연사박물관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비 지원 사업이라 자칫하면 사업비를 돌려줘야 한다는 위기감은 이해하지만, 사업 진행의 선후는 바뀌었다.

더욱이 자연사박물관 측은 자신이 보유한 전체 민속자료의 65%에 달하는 물량을 내놓을 수 없음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이를 전부 내줄 경우 박물관의 정체성이 상실되고, 존립마저 위태롭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박물관이 자리 잡은 지역민들의 여론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누가 봐도 양 기관의 협상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담이 큰 곳은 돌문화공원이다. 우선 전시관 조성 설계가 전시 자료가 빈약한 상태에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설계를 변경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설사 설계대로 완공해도 자연사박물관 측이 뜻을 굽히지 않는 한 ‘반쪽 전시관’으로 전락하거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전시물을 서둘러 구매해야 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돌문화공원의 핵심인 설문대할망전시관이 제구실하는 것은 도민 모두의 바람이다. 이 점에서 두 기관은 상생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민속자료를 소유의 개념이 아닌 관람객의 입장에서 전시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장기 임대, 교환 전시 등도 논의해 볼 수 있다. 제주도는 이제라도 불구경만 하지 말고 중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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