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아름다운 유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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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수필가

미국에서는 정 많은 할아버지 딸과 친구가 나를 이리저리 많이 데리고 다녔고, 멀리 있는 시집에 갈 때도 데리고 가면서 돌봐줬다. 그들 덕분에 나는 어렵지 않게 미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2년을 살다가 형부의 주선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오래 사귀어 보지도 않고 무서운 언니의 압력으로 결정했다고 굉장히 걱정들을 하셨다.

할아버지가 저녁에 나를 앉으라 하더니 내 손을 꼭 잡으시고 다정히 말씀하신다. “킴아 네가 결혼을 한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 하시면서 통장을 하나 주신다.

내가 그동안 방값으로 한달에 5만원을 드린 것을 내 이름으로 고스란히 저금하셨다가 주셨다. 너무 놀랐지만 그 성의를 안 받을수가 없었다.

“부디 아들딸 낳아서 잘 키우고 행복 하게 잘 살기 바란다. 이제부터 네 인생이 시작이다. 하느님도 세상은 공짜로 주셨어도 네 삶은 공짜나 저절로가 없단다. 우리가 모를 뿐 너의 마음가짐과 노력의 대가만큼 주신단다. 결혼은 남편이 생겨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 해주는 남편과 자식이 행복하도록 노력하려는 목표가 있어 힘이 생기고 누구를 위해 산다는 것만한 행복이 없단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웃음으로 이겨내고 인내로 열심히 부지런히 살기 바란다.”

결혼식날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사촌 부부, 딸의 친구까지 모두 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동네 할머니들 까지 모두들 진심 어린 축하와 함께 작지만 성의 있는 많은 선물을 받았다.

결혼 두 달 후 할아버지가 사촌 부부를 비행기를 태워 워싱턴에 있는 우리 집에 보냈다. 어떻게 사는지 모두들 궁금하셔서 대표로 오셨다고 한다. 바빠서 재우지도 못하고 그날로 바로 보낸 것이 지금까지 후회되고 미안하다.

처녀 때는 말똥이 굴러도 깔깔댄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지금 머리 하얀 할머니가 되고 보니 맥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다. 손흥민이 골인을 하고 우레 같은 환호를 받아도 웃으면서 눈물이 난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이 영웅 대접을 받는 모습을 봐도 주책없이 눈물이 난다.

그 옛날 그 멀고 생소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유대 사람들의 지극한 사랑으로 겁먹지 않고 편안히 지낼수 있었던 과거를 글로 쓰려니 또 마음이 찡해 온다.

지나다니면서 인사 잘한 것밖에 없는데 이런 친절을 받았다니 그들의 종교적인 인간성은 어디서나 생활화되여 있다. 그때는 감사하고 자랑스럽기만 했지 보답을 못해 후회스럽고 죄스러워 한으로 남았다. 결혼해 자리 잡느라 몇 번 찾아뵙지도 못했고 형식적인 전화 인사만 하다가 내가 자리를 잡고 찾아가 잘 해드리고 했을 때 그들은 이미 다 천당에 가고 안 계셨다.

나는 늦게 철들었고 살기 바빠도 무엇을 먼저 중시하며 살아야 하는지 몰랐다.

내가 떠난 후 할아버지는 허전해서 뉴욕한인회에 전화를 해 많은 한인 학생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계속 돌보셔서 감사장도 받으셨다. 인자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항상 유머로 모두를 웃기던 할아버지 모습이 선하다.

“교회에 예배드리러 가던 길에 돈이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할래?” “글쎄요 아깝지만 그냥 가야지요.” “아니지 발로 땅을 파고 돈을 묻어 두었다가 다음날 가서 꺼내 오면 되지” 하며 박장대소 하던 할아버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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