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적 소비…명품 사랑인가, 사치품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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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부 교수·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과시적 소비는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것으로 고가품 구매를 통해 부러움의 대상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과시적 소비는 보다 높은 계층의 소비행동을 모방하도록 하여 자신의 소득수준보다 높은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고 가격이 내리면 소비가 증가된다. 하지만 과시소비의 효과는 가격이 오르면 높은 가격이 과시하고자 하는 허영심을 자극하여 소비를 증가시키도록 하고, 가격이 내리면 그 가치가 떨어지게 되어 오히려 소비를 줄이도록 한다. 기업은 이러한 과시소비 효과를 마케팅에 이용하여 고급화, 차별화, 고가정책을 펴기도 한다. 실제가격이 100만 원인 보석을 사람들이 200만 원이라고 생각하면 그 보석의 과시가격은 200만 원이 되는 것이다. 모조품을 많이 사는 이유도 진품처럼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나라 고가품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가품시장은 유행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불황도 침범할 수 없는 곳이다. 매년 가격이 인상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보도(2019. 4. 10.)에 의하면, 의류, 안경, 보석, 가방, 시계, 문구, 화장품 등 7개 고가상품의 2018년 시장규모는 13조2932억 원으로(2018년 환율기준), 2017년보다 5905억 원 증가했으며 2013년에 비해 37.1% 성장하였다. 이는 내수판매액 기준으로 면세, 중고시장, 블랙마켓은 제외된 수치이다. 2018년 가방시장 규모는 32억3470만 달러로 프랑스(29억6590만 달러)를 누르고 4위에 올랐다. 중위권 브랜드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2017년 대비 2018년 실적을 보면, 발렌티노코리아는 매출은 459억 원으로 38% 늘었고, 영업이익은 27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었으며, 페라가모코리아는 매출은 1417억 원으로 비슷하였는데 영업이익은 44억 원에서 75억 원으로 늘었다. 크리스찬디올꾸뛰르코리아는 매출은 967억 원으로 52%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48억 원 적자에서 108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과시소비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계층과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서구사회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보편화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경제적 부를 축적할수록 상품이 가지고 있는 사용가치보다는 지위상징성을 추구하게 되면서 사회적 신분이나 부를 상징할 수 있는 고가상품의 소유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값이 비싼 보석이나 의류, 가방 등의 구매는 그 소유자는 만족시키게 되지만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해 더 가난해진 것처럼 느끼게 한다. 소유자도 당분간은 만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익숙해져 만족감은 사라지게 된다. 같은 수준의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다른 고가상품이 필요해지게 된다. 루이비통가방이 고가상품이지만 모두 루이비통가방을 들고 다니게 되면 더 비싼 에르메스가방을 가지고 있어야 지위상징이 가능해지게 된다.

사치품 소비는 제로섬게임으로 속을 허(虛)하게 만들어 모든 것을 허망하게 만드는 마력도 가지고 있다. 고가상품으로 지위상징성을 나타내려고 하는 과시적 소비는 명품이 아니라 사치품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소비를 통해서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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