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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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부국장

서울시가 지난달 22일부터 한강공원에서 4면이 모두 닫힌 이른바 ‘밀실 텐트’를 전면 금지했다. 그리고 공원 내 허용된 구역에서만 텐트를 칠 수 있고, 오후 7시가 넘으면 모두 철거해야 한다. 즉 텐트는 지정된 장소에서, 저녁 7시까지만, 텐트의 4면 중 2면 이상을 개방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이 같은 방침을 마련한 것은 무차별적인 텐트 설치로 시민들의 쾌적한 한강 이용을 방해할 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닫힌 텐트에서 도를 넘는 애정행각 등 부적절한 행위로 “어린 자녀들이 볼까 두렵다”는 민원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의 낯 뜨거운 애정행각은 한강공원뿐 아니라 제주지역에서도 쉽게 목격되고 있다. 그것도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주택가 어린이공원에서.

필자의 집 앞에도 제법 넓은 어린이공원이 있다. 성인용 운동기구,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 등의 어린이 놀이시설 및 농구대가 갖춰져 있고, 나무 아래 곳곳에는 벤치와 공원 복판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주위 시민들이 찾아 산책과 운동, 이웃끼리 담소를 나누는 등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린 뒤로는 인근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자주 찾고 있다. 교사의 인솔 하에 이 곳을 찾아 놀이기구를 타고, 공원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이 어린이 공원에서 보기에 민망한 애정행각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대낮에 10여 명이 어린이집 원아들이 뛰노는 가운데 한쌍의 남녀가 정자에 포개져 누워 입을 맞추는 등 민망한 애정행각을 펼쳤다.

어린 아이들이 이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걱정이 앞섰다.

어린이들을 인솔해 온 교사는 ‘보복’이 두려워서 인지 아무런 제지고 않고 그저 모른 채 아이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필자는 공원으로 들어가 평상에 누워있는 두 사람을 심하게 꾸짖고 공원 밖으로 내쫓았다.

이런 주택가 어린이공원이 밤이 되면 술판이 벌어진다. 아침에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집을 나서서 처음 보는 것이 공원 곳곳에서 나뒹구는 빈 술병과 맥주캔 등이다.

이 같은 모습은 이곳뿐 아니라 시내 곳곳의 어린이공원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아이들이 이런 모습들을 보고 배우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이다.

아이들은 보물창고와도 같다고 한다.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내일 모레면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들이 건강한 육체와 올바른 정신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것만을 보여주고, 어린이날을 떠나 매일 매일 어린이날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어린이날 제정 당시 방정환 선생은 다음과 같은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고 한다.

“어린이를 내려다 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를 가까이 하시어 자주 이야기하여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여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어린이’라는 말은 방정환 선생이 처음 쓴 말로 ‘어린 아이’의 높임말이다. 방정환 선생은 아이들을 어른과 동일한 하나의 인격체로 보았다. 오늘날 이 땅의 어른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가르침이다.

필자의 아이들도 이제 다 커서 고등학생인데, 어릴 적 더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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