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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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화폐 개혁’은 화폐의 가치를 바꾸는 것이고, ‘리디노미네이션’은 가치는 그대로 두되 액면가를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조치다. 가령 원화의 액면단위를 1000분의 1로 낮추면 현재 1000원은 1원이 된다.

우리나라는 화폐단위를 두 번 바꿨다. 1953년 100원을 1환으로, 1962년엔 다시 10환을 1원으로 절하했다. 그후 57년간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1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화폐가치는 고작 200위권에 머문다.

그러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달러당 환율이 네 자릿수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다. 1달러가 엔화로 112엔, 유로로 0.88유로, 위안으로 6.71위안인 반면 원화로는 1130원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 화폐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

▲한국의 총 금융자산은 2010년에 경(京)의 시대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경제주체들의 순자산은 1경7148조1000억원에 달한다. 1경은 1억의 1억배이자 1조의 1만배다. 뒷자리에 0이 16개나 붙는 상상하기 힘든 단위다.

때문에 경제 규모에 맞게 화폐단위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고개 든다. 0을 3개만 떼어내도 회계 처리는 물론 국민 불편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4500원을 4.5로 표기한 카페나 식당도 적잖다. 실생활이 앞서가는 셈이다.

사회적 불안심리 같은 단점도 따른다. 노무현 정부 당시 2003년 박승 한은총재는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적극 추진했지만 부동산 파동에 물가상승 우려로 화폐 개혁이 무산된 바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화폐개혁 논의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이주열 한국총재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답변해서다. 파문이 일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꿨지만 은행 상담창구엔 어떻게 대비 하느냐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한다.

그래선가 경기 회복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적기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세계 11위 경제국답게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총선을 불과 1년밖에 안 남겨둔 상황에서 화폐단위 변경에 손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연구가 진행돼 온 사안이다. 결국 해야 할 일이라면 사회적 논의를 해볼 시점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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