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부실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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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반면교사(反面敎師)는 다른 사람의 잘못된 일과 실패를 거울삼아 가르침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국립국어원 표준어대사전에는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대상을 이르는 말’로 정의돼 있다.

근래 들어 공무원들의 잘못된 판단이 빚은 ‘위법 행정’으로 지역사회가 요동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적법한 절차와 방침이 무시된 행정으로 매번 ‘사고’가 터질 때마다 위정자들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그때뿐이다.

대규모 외자유치 사업인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제주시 애월읍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 공사, 강정천 체육공원, 생수천 생태문화공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법원은 2015년 3월 토지주들이 제주특별자치도 토지수용위원회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상고심에서 ‘서귀포시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리 목적의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을 공공성이 요구되는 유원지로 인가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행정당국이 초기부터 사업 성격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내림으로써 장기간 공사 중단과 함께 소송전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제주시가 2015년 8억원을 투입해 애월읍 곽지과물해변에 추진하던 해수풀장도 이듬해 공정이 70%가량 진행된 상태(투입 예산 3억원)에서 중단되며 행정 불신을 낳았다.

제주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사업 부지에 공사를 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당시 제주시장은 사업 중단 및 원상복구 결정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서귀포시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사업비 27억5000만원을 투입해 ‘강정천 체육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농지전용 협의를 거치지 않고 문화재 보호법, 건축법 등을 위반해 마구잡이로 공사를 벌인 것도 문제다.

작은 농업용 창고 하나 짓는 것 가지고도 관련 법과 규정을 꼼꼼하게 따지는 공무원들이 정작 공공시설 사업을 벌이면서 관련 절차를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서귀포시가 25억2600만원(보강공사 4억원 포함)을 투입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불법으로 조성한 ‘생수천 생태문화공원’에 대한 서귀포시의 후속 조치는 더욱 가관이다.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하천 점용허가 및 농지전용 협의 없이 불법으로 공원을 조성한 경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서귀포시가 2억원을 투입하는 시설물 보강 공사를 위한 발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와 법규를 지키지 않은 행정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이 떠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서귀포시가 올해 초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시설 사업에 대해 사전 인·허가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공공시설 사업 행정절차 이행 강화 지침’은 늦었지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 지침은 도로개설, 하천정비 등 각종 시설 사업 및 건축공사 시행 시 반드시 사업 시행 부서와 인·허가 부서에서 행정 절차 및 적용 법령을 교차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혈세가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책임진 공무원들은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신중하고 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행정으로 도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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